지금 미국 유통가는 최대 쇼핑시즌을 앞두고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바로 블랙프라이데이가 조만간 시작되기 때문이다. 블랙프라이데이는 11월 넷째 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 날을 뜻한다. 이때부터 전통적으로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고, 쇼핑업체들은 크리스마스까지의 대대적인 연말 세일을 진행한다. 연간 총소비의 20%가 이때 이뤄진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소비가 이뤄지기 때문에, 1년 내내 적자였던 기업도 이때를 기점으로 흑자로 돌아선다는 의미로 '블랙'프라이데이라고 부른다.
최근에는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새로운 용어가 등장했다. 추수감사절 다음 주 월요일,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큰 매출을 올리고, 블랙프라이데이의 매출을 넘어설 정도가 되자 사이버먼데이라는 용어가 널리 쓰이게 됐다.
이처럼 미국인들의 연말 소비 축제 트렌드도 온라인쇼핑 시장의 성장에 따라 변화하고 있는 듯하다. 며칠 전(18일 현지시간) 발표된 닐슨의 연휴 지출 전망 조사발표에 따르면, 응답자의 13%만이 직접 매장에 가서 물품을 구매하겠다고 답해 지난해 17%나 2010년 20%에 비해 줄어든 비율을 보였다.
그에 반해 응답자의 46%가 온라인 매장에서 구매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지난해 30%보다 큰 폭으로 늘어난 수치다. 온라인 구매가 늘어남에 따라 장기화된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2%가량 소비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유통시장에서도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외 경기불황의 여파로 우리 소비시장 역시 위축되어 있지만, 온라인 유통시장의 규모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소셜커머스 업계는 시장이 형성된 2010년 500억원 규모에서 올해 3조원이 넘는 규모로 성장, 기존의 전통적인 유통 강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여기에 여세를 몰아 무료배송, 적립과 추가할인 등 다양한 고객 혜택과 빅모델을 앞세운 마케팅 활동으로 연말 쇼핑 특수를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블랙프라이데이 시즌 세일 혜택에 버금가는 규모다.
이런 결과는 소셜커머스가 가진 기본적인 가격 경쟁력에 추가적인 할인이 더해지며 최저가 구매라는 만족감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더 중요한 것은 이곳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회사가 보증을 하고 전문 MD가 엄선한 상품이라는 고객 신뢰가 쌓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간 소셜커머스 업계는 유례없는 급속한 성장과 동시에 그에 따른 진통도 있었다. 선두의 기업들은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는데, 덕분에 위기의 순간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했다.
연말연시는 국내에서도 소비 심리가 살아나는 시즌이다. 유통업계에 있어서 대목 중의 하나다. 소셜커머스 업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그간의 불황이 좀 더 저렴한 상품을 구매하려는 소비 심리에 따라 반값을 표방하며 나타났던 소셜커머스 시장을 키우는 데 영향을 줬던 것은 사실이지만, 더 이상 가격만이 경쟁력이던 시장 초기는 지났다.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에 버금가는 할인혜택으로 고객의 지갑을 열게 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품의 품질관리와 배송 등 사후 서비스까지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연말 쇼핑시즌을 앞두고 지난달 무려 7만명의 직원을 단기 채용한다는 공고를 내기도 했다. 밀려드는 고객 주문에 배송 지연 등 서비스 질 저하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왜 아마존이 미국 소비의 오랜 전통이던 블랙프라이데이 현상을 넘어서는 사이버먼데이를 주도할 수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우리 소셜커머스 기업 역시 최저가만을 외치는 가격 경쟁력에서 그치지 않고,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기업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우리 소셜커머스가 고객에게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쇼핑의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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