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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건축은 건축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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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건축은 건축가에게 이필훈 포스코A&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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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과 연계된 전문분야 중 건축은 대중들에게 친근하다. 건축학개론이란 영화제목이 낯설지 않음도 건축의 친근함 때문이다.


최근 '고양이를 부탁해'란 영화를 만든 정재은 감독은 '말하는 건축'시리즈 2편에서 서울시 청사를 다큐멘터리로 다뤘다. '말하는 건축'시리즈 1편은 작년에 타계한 건축가 정기용의 삶과 죽음을 담은 내용으로 기록영화로는 드물게 6만명 가까운 관객이 몰렸다. 2편에선 서울의 보기 싫은 3대 건축물에 포함된 시청사에 대해 편견 없는 객관적 입장으로 건물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건물에 관계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었다. 영화 내용 중 시민들의 눈에 비친 시청사에 관한 장면들이 나온다. 건축공간에서 삶을 영위하는 대중들은 건축에 대한 나름대로의 의견을 갖게 된다 .건축가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몇몇 분들은 건축에 대한 개인적 의견을 넘어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기도 하다.

전문분야에 대해 일반인이 비판에 참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람들이 직접 즐길 수 있는 스포츠도 경기가 있을 경우 전문가가 해설을 한다. 그런데 건축은 비전문가의 의견으로 방향이 결정될 때가 많다. 서울시 청사를 설계할 당시 오랫동안 안을 결정하지 못하고 수많은 대안을 만들어댔던 것도 대중의 눈치를 본 정치지향적 행정 때문이다. 최근 진행되는 한 도청사는 도지사의 뜻에 따라 한식스타일로 지어진다. 건물의 기능상 5층을 넘어야 하기에 결국 외관은 북한에서 많이 보는 건물이 될 수밖에 없다. 목조건축인 전통건축물을 콘크리트로 흉내낸 광화문이 철거되는 마당에 청와대의 몇 배 크기인 도청사는 한 개인의 취향에 따라 콘크리트로 한옥을 흉내내는 무모한 도전을 벌인다. 많은 건축전문가들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반대를 했지만 나름 뚜렷한 건축관을 가진 도지사의 결정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두바이가 잘 나갈 때 두바이의 도시만들기가 건축문외한인 세이크 모하메드 왕에 의해 진행되었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건축가보다는 일반인이 훨씬 아이디어 넘치는 제안을 할 수 있기에 건축가는 일반인이 제안한 것을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역할을 담당하면 된다며 두바이를 보라고 목소리를 높이던 국토부의 고위공무원이 생각난다.

세계 최고, 최대로 번쩍이는 치장을 한 허상 덩어리 도시가 좋아보이는 것은 우리 안에 잠재된 본능적 욕망 때문인지도 모른다. 세이크 모하메드가 형태뿐인 도시를 만들 때 사막 위에 서울에 있는 북한산을 인공으로 만들어보라고 제안하고 싶었다. 자연을 인간의 힘으로 만들고자 도전하는 무모함이 두바이 왕의 정확한 단면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도시는 유기적인 생물과 같다. 그렇기에 한 사람의 생각만으로 도시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은 실패한 계획도시로 유명한 브라질리아를 통해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건물을 지어서 도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모이는 곳에 도시가 만들어지며 자연과 인공 구축물, 랜드마크와 배경, 밝음과 어두움, 생산과 배설 나아가 삶과 죽음이 뒤섞여있는 복합체이기에 그곳에 무엇인가를 만들거나 바꿀 때 겸손한 자세로 다가가야 한다. 도시에 세워지는 건축물은 도시의 일부이다. 그래서 건물을 눈에 보이는 껍질만으로 이해하는 시각은 위험하다.


최근 '창조'가 화두다. 전문분야가 세밀하게 쪼개지고 분야별 벽이 높아진 현재의 상황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기 위해선 통섭과 협업이 필요하다. 통섭과 협업을 위한 기본적 자세는 소통이다. 소통을 하기 위해선 상대방의 전문성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치가 경제를 가르치려 들고 경제가 문화를 돈의 논리로만 판단하고 문화가 서민의 삶 위에 군림하려고 들 때 소통은 증발하고 '창조'는 수사적인 정치적 언어로만 남게 될 것이다.


이필훈 포스코A&C 대표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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