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19일 안중근 의사 표지석 설치와 관련해 안 의사가 일본에는 "범죄자"라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대단히 유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스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회견에서 박 대통령이 지난 18일 방한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에게 지난 6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안중근 의사 표지석 설치가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사의를 표명한 데 대해 "이러한 움직임은 한일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정면 비판했다.
그는 특히 "일본은 그동안에도 안중근에 대해 범죄자라는 입장을 한국 정부에 밝혀왔다"면서 "일본의 주장을 분명히 한국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나라 독립과 동양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을 범죄자라고 표현하는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일본 제국주의, 군국주의 시대에 이토 히로부미가 어떤 인물이었는지와 일본이 당시 주변국에 어떤 일을 했는지를 돌이켜보면 스가 관방장관의 발언과 같은 발언은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조 대변인은 일본 정부가 안 의사는 범죄자라는 입장을 한국 측에 전달해 왔다는 스가 장관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면서 "일본의 책임 있는 정치인들이 과거 제국주의 침략 역사를 겸허히 반성하고 직시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안중근 의사) 표지석 설치와 관련한 한중 간 협의는 원만히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가 장관은 오후 늦게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의 유감 표명에 대해 "과잉반응"이라며 "기존 우리나라의 입장을 담담히 밝혔을 뿐"이라고 다시 맞받았다.
한편 일본 언론들도 박 대통령의 안 의사 관련 언급 내용을 자세히 보도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NHK는 박 대통령이 중국과 연대를 강화해 일본에 압력을 가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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