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포뮬러1(F1)' 자동차 경주는 월드컵도 부럽지 않은 세계 최고 인기 스포츠다. 이 대회를 주관하는 국제자동차 연맹(FIA)은 우리나라에서 영암에서 열리던 F1 대회 일정을 내년부터 일방적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한다.
그런데 FIA에게도 최근 고민이 있다. 자동차 업계의 차세대 성장동력인 전기차 붐을 일으키겠다며 내년에 출범시키는 전기차 경주대회인 '포뮬러E(FE)'의 흥행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FE 머신들은 전기차여서 F1 머신 보다 속도가 느리다. 관객들을 흥분시킬 굉음도 없다. 좀처럼 손님을 끌 '한 방'이 없다. 댄스 음악으로 조용한 경기장을 채워야 하는 것도 생각해 봤다. 이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최근 영국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런 상황에서 FE를 주관하는 포뮬러E 홀딩스가 관객들에게 스마트폰을 이용한 획기적인 경험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비디오 게임의 형식을 도입하는 방식이다.
관객들은 태블릿 PC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실제 벌어지고 있는 경주에 참여해 드라이버들과 순위를 다투는 시뮬레이션을 즐길 수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관객들이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경기 중 관객들로 부터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드라이버는 마치 비디오 게임처럼 경쟁차량을 한번에 제칠 수 있는 가속력을 얻게 된다. 정식 자동차 경주라면 말도 안되는 설정이지만 전기차라는 특수상황이라는 것을 감안한 특단의 대책이라는 것이 주최측의 설명이다.
이 행사를 주관하는 포뮬러E홀딩스의 알레한드로 아각 최고경영자(CEO)는 스마트폰 세대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이런 이벤트를 마련했다고 말한다.
그는 "요즘 젊은이들은 단지 보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페라리가 아니라 스마트폰이다"라고 설명했다.
보는 이를 설레게 하는 붉은 페라리 차량의 매력도 예전만 못하다. 상황이 이런데 전기차 경주에 젊은이들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FE의 시도가 시사하고 있다는게 FT의 해석이다.
물론 현장에서도 전기차는 계획만큼 안팔린다. 최근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자동차 최고경영자(CEO)는 전기차 판매가 부진하며 소비자들의 관심 밖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아각 CEO는 FE대회가 전기차 판매 확대의 기폭제가 될 것을 자신한다. 그는 "젊은이들이 전기차 경주를 보면서 장기적으로 구매 하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포뮬러E 경주는 내년 9월 부터 2015년 6월까지 홍콩, 베이징, 런던, LA, 몬테카를로, 베를린 등 전세계 10개 도시를 첫 시즌을 시작할 예정이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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