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서울대가 14일 발표한 2015학년도 입시안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서울대가 내년부터 의대, 치대에서 문과와 이과의 교차지원을 허용하고 정시에서 수능비중을 사실상 100%로 높이자 ▲우수학생 싹쓸이 ▲대입제도 혼란가중 ▲일반고-특목고 양극화심화 등의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입시업체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번 서울대 입시안으로 외고와 국제고 등 특목고, 비편중화 지역의 우수고와 재수생이 유리해졌다. 반면에 일반고와 지방고는 상대적으로 불리해졌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입시정책이 내신이 중심이 된 학생부 비중이 확대되고 수능의 비중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특목고와 비(非)편중화 우수고의 경우 우수학생들이 대거 몰려 내신을 잘 받기가 쉽지 않아 일반고에 비해 내신경쟁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정시에서 수능의 비중이 사실상 100%인 것도 내신이 불리한 특목고생들에게 호재다.
서울대가 의예과, 치의학과, 수의예과에서 문과생의 지원을 허용함으로써 문과 최상위권 학생이 몰려 있는 외국어고 등 특목고와 재수생이 유리해졌다. 연세대ㆍ고려대 인문계 최상위학과를 지원하는 수험생 중에서도 서울대 의대 지원자가 나올 가능성도 커졌다. 수시 지역균형선발전형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수능 2개 영역 2등급 이상에서 3개 영역 2등급 이상으로 강화한 것도 입학생의 학력을 중시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모집군을 나군에서 연세대ㆍ고려대 등이 있는 가군으로 바꾼 것은 서울대에 꼭 들어가려는 지원 의사를 가진 우수학생을 유치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연세대ㆍ고려대 등은 서울대의 군 이동을 피해 나군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측은 우수생을 싹쓸이할 것이라는 우려에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외부의 시각은 다르다. 오종운 이투스청솔교육평가연구소 평가이사는 "외고생들의 의대 지망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고 다른 대학들에서도 의학계열의 문·이과 교차 지원 허용이 확대될 전망"이라면서 "고교 입시에서도 변화가 나타나 이공계열, 이과 지망생 가운데도 외고 지원자가 일정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일반고는 2015학년도 입시에서부터 큰 혼란 예상되며 서울대 입학이 더 어려울 것"이라면서 "모집군의 연쇄적 이동으로 해당 군내에서 대학별 경쟁 관계 변화, 모집인원 변화 등으로 과거년도 정시 합격점수가 무의미해지고 정시 합격선 예측 혼란 및 지원에 큰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고등학교 입시정책과 관련해서는 교육부의 일반고 대책이 되레 자율형사립고에 특혜를 줬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교육부는 일반고의 위기가 특목고나 자사고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일반고를 살리는 동시에 자사고의 내신성적제한 폐지·추첨선발·사회통합전형 폐지 등의 제도개선을 한다는 방침을 정했었다. 그러나 자사고의 반발이 커지자 결국 서울은 추첨방식 외에 면접을 통해 학생을 선발할 수 있게 했고 사회통합전형도 현행대로 유지키로 했다.
이를 두고 자사고에 사실상 학생선발권을 부여한 것으로 자사고에 더 유리한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전교조는 "자사고가 면접을 통해 우수학생을 더욱 독점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고 평가했고 좋은교사운동은 "자사고의 면접 선발권은 우수학생 선발의 통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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