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 외국어고와 국제고가 설립 취지에 맞지 않게 이과과정을 편법으로 편성하고 자사고는 국영수 비중을 일반고보다 늘려 설립취지와는 다르게 ‘입시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은 학교알리미에 공시된 외고 31개교, 국제고 7개교, 자사고 25개교 등의 교육과정을 분석한 결과를 14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38개의 외고와 국제고 중 9개 학교가 다수의 이과 과목을 편성했으며, 8개 학교는 방과후과정에서 이과 과목을 편성해 운영하는 등 전체적으로 13개 학교과 이과 과목을 편성했다.
외고의 교육과정에서는 80단위 이상을 외국어 교과로 이수해야할 만큼 외국어에 특화된 교육이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것임에도 불구, 이과 학생이 이수하는 수학2, 적분과 통계, 기하와 벡터 같은 과목이 편성됐다. 또한 외고나 국제고는 10단위의 과학탐구 과목 중 물리1, 화학1, 생명과학1, 지구과학1 등 4과목 중 2과목만 편성해도 되나 무리하게 사회탐구 선택과목에 배치하거나 물리2, 화학2, 생명과학2, 지구과학2와 같은 과학 심화 과목을 편성한 경우도 있었다.
방과후 과정에서도 정규교육과정과 마찬가지로 이과 과목을 편성한 경우도 다수 확인됐다. 경기도의 한 외고는 아예 과학탐구계열을 개설해 체계적으로 2학년부터 이과교육과정을 관리하는 모습이었다.
안상진 사교육걱정 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은 “이번 분석은 공시된 자료만을 분석한 것이라 실제로는 더 많은 외고와 국제고가 드러나지 않게 이과 과목을 편법으로 운영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예를 들어 제2외국어 수업 대신 이과 수업을 한다든지 공시된 자료와는 다르게 수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교육의 다양성 확대라는 목적으로 설립된 자사고의 경우에도 국영수 위주로 교육과정이 편성된 경우가 많았다.
사교육 걱정이 유기홍 국회의원실이 2012년 말 25개교의 서울 자사고의 학교운영계획서, 정규와 방과후 교육과정 편성·운영을 분석한 결과, 2010년 자사고 운영을 시작한 학교들은 교과과정 편성 자율권이 주어지기 이전인 2009년에 비해 국영수 시수가 적게는 2시간, 많게는 10시간까지 늘어났다.
또한 2011년 12월에 발표된 ‘자사고 운영 현황 분석 및 발전방안 연구’에 따르면 자사고는 전체 수업 중 국영수 비중이 47.9%(인문사회과정), 50.8%(자연이공과정)에 달해 각각 일반고보다 4.8%, 5.3% 포인트 높았다.
반면 진학진로지도와 관련된 교양과목 개설 여부의 비율은 자사고가 48%인 것으로 나타나 65%인 일반고보다 현저히 낮았다.
사교육걱정은 “외고, 국제고의 편법 교육과정 운영과 자사고의 국영수 집중 운영 실태가 확인됐는데도 교육부는 바로잡기는커녕 오히려 자사고 등에 교육과정의 자율권을 더 허용하는 정책을 확정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교육부는 즉시 조사를 실시해 바로 잡아야한다”고 주장했다.
김지은 기자 muse86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