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흉년기에 땅을 늘리지 말라', 경주 최부잣집의 가훈이다. 경주 최부잣집은 12대에 걸쳐 300년 동안 만석꾼을 유지했던 집안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우리나라 대표 가문이다. '부자는 3대를 못 간다'는 말을 무색하게 만든 최씨 집안이 이토록 오랫동안 부와 명예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수백년의 긴 시간에도 면면히 이어져오고 있는 최씨 부잣집처럼 요즘 기업 경영에서도 '지속가능경영(Corporate Sustainability Management)'이 화두다. 2000년대에 들어 사회,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급격히 증가했고 이와 함께 기업의 '지속가능 패러다임'이 대두되기 시작한 것이다. 경주 최부잣집도 요즘 표현을 빌리자면 가문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도덕적, 사회적 책임에서 그 해법을 찾았는지도 모른다.
오늘날 소비자들은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품질뿐 아니라 그 회사의 이미지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가 아무리 좋더라도 부도덕한 기업이라면 제품을 구입하지 않고 불매운동에도 적극 동참해 기업의 전반적인 활동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이에 발맞춰 기업들도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착한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고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책임 있는 활동이 기업의 생사를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이 돼가고 있다.
최근 기업들도 일차원적 사회공헌활동에서 벗어나 진화된 활동들을 보여주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기업들이 임직원들 스스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겠다는 비전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 또한 기업의 중요한 사회적 책임이라 생각한다.
푸르덴셜생명에는 한 라이프플래너의 가슴 속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회사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발전한 사례가 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한 '나눔 아카데미'는 라이프플래너들이 직접 기획한 재능기부 자원봉사 활동이다. 라이프플래너들이 업무 지식과 영업 노하우를 다른 라이프플래너들과 공유하고 이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참석자들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내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조성한 기금으로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고객 유자녀들의 해외봉사활동도 기획했다. 해외봉사를 다녀온 아이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에 매몰돼 있다 스스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에 자신감을 얻었고 마음의 상처도 치유 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나눔 아카데미와 유자녀 해외봉사에 참여한 라이프플래너들은 자신의 재능기부를 통해 고객의 자녀들이 희망과 용기를 찾는 모습을 보며 나눔의 기쁨을 몸소 경험하고 있다. 더 나아가 고객의 삶을 함께한다는 생명보험의 직업적 가치와도 부합하면서 나눔 아카데미는 해가 거듭할수록 라이프플래너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어 모금액이 늘어나는 등 나눔의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회사도 이들을 독려하기 위해 나눔 아카데미 모금액에 1대 1 매칭을 하고 있다. 기업 주도적인 사회공헌활동도 의미가 크다. 하지만 직원들 스스로 진정성을 바탕으로 만들어 가는 나눔 문화는 기업을 넘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우리사회에 미치는 기여도가 크다 할 수 있다.
나비의 날개짓이 폭풍우와 같은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는 것처럼 개인의 작은 나눔의 손짓이 '나눔의 나비효과'가 돼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나가야 한다. 이런 노력과 실천이 모여야 300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는 경주 최부잣집 가문처럼 국민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지속가능한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 핵심은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실천이며 이를 효과적으로 지원해주는 것이 기업의 역할이다.
손병옥 푸르덴셜생명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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