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구정책연구소는 지하수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줄어들면서 식량위기가 닥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레스터 브라운 지구정책연구소장은 특히 세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중국, 인도 등에서 과도하게 지하수가 이용됨으로써 지하수 고갈의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인도인 1억7500만명과 중국인 1억3000만명은 지하로 들어오는 물보다 더 많은 지하수를 퍼내 농사를 짓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과 인도의 지하수면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따라서 지하수 고갈로 인한 농업용수 부족으로 식량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지하수의 고갈은 바로 사람의 생존에 필요한 식수의 부족으로도 연결된다. 현재 지구상에서 사람들이 마실 수 있는 물은 1%에 불과하다.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하천과 호수 등의 물 오염이 세계적으로 심각해지고 있다. 따라서 오염되지 않은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 지하수가 고갈되면 인류는 심각한 식량위기와 식수부족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십여년 동안 경제발전과 삶의 질 향상으로 국민 1인당 물 소비 및 공업ㆍ농업용수를 위한 물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 이로 인해 지하수 이용량은 약 30%, 지하수를 퍼낼 수 있는 우물의 수는 약 50% 증가했다. 따라서 지하수 고갈 문제가 생각보다 빨리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지하수를 효율적으로 어떻게 관리해야 지하수 고갈과 같은 수자원 부족 문제를 예방할 수 있을까? 미국 캔자스주는 지하수 관리에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는데 이들의 경험에 비추어 우리나라에 적용할 만한 관리방안을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하수 이용량의 정확한 통계를 위하여 일정규모 이상의 지하수를 지상으로 뽑는 우물에 대해서는 반드시 유량계가 설치되도록 해야 한다. 캔자스 주는 가정용 우물을 제외한 대형관정(우물)에 대해 유량계를 설치하는 것을 법적으로 의무화했다. 따라서 정확한 지하수 이용 자료가 수집됨으로 인해 계획수립의 정확성이 높아졌다.
둘째, 지표수(지상에 있는 하천과 호수의 물 등)와 연계된 지하수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지난 40여년 동안 서부 캔자스 지역의 급증한 지하수 이용 때문에 인근 하천의 물이 고갈되었다. 하천수와 지하수는 상호 연결되어 있어 연간 땅속으로 보충되는 지하수를 사람들이 모두 이용할 경우 장기적으로 하천과 샘, 습지의 물이 고갈될 수 있다. 지표수와 지하수의 연계 분석을 통해 우리가 개발할 수 있는 적정한 지하수량을 산정ㆍ관리하는 작업을 지속해야 한다.
셋째, 지속가능한 지하수 관리를 위한 세부구역별 종합적 분석ㆍ평가가 수행돼야 한다. 미국 캔자스에는 5개의 지하수 관리 구역이 존재한다. 이 중에서 3개의 지하수관리구역에서는 이미 지하수 고갈이 상당히 진행되었고 2개의 구역에서만 지하수가 지속적으로 이용 될 수 있다. 따라서 지하수관리구역별로 다른 지하수 관리정책이 수립되고 구역별로 평가가 이뤄져 매년 주 정부에 보고되고 있다. 지하수 관련 전문가 그룹에 의해 지하수관리구역 내 정확한 물수지(어떤 지역의 일정기간 내 물의 유입과 유출의 균형상태)분석이 주기적으로 수행돼 정책에 반영되고 있다.
넷째, 필요시에는 지하수량을 인공적으로 확보하여 적극적으로 수량부족에 대처하는 미래형 지하수 관리전략이 필요하다. 캔자스주의 위치토(Wichita)시에서는 인근 하천수량 중의 일부를 취수하여 지하에 저장하는 대규모 인공 지하수 공급시설을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다행히 국내에서도 2012년에 국토교통부(당시 국토해양부)가 제시한 지하수 관리 기본계획에 가뭄 대비용 지하댐 건설과 인공 지하수 공급시설 설치를 포함한 미래형 지하수 관리전략이 포함되었다. 미래 세대에게 안정된 지하수 자원을 물려줄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할 때다.
정일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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