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가'라는 개념을 처음 만들고 사회적기업가 정신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쇼카 재단(사회적기업가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한 재단)의 빌 드레이튼은 사회적기업을 조금은 다르게 정의한다. 특히 취약계층을 고용하여 일자리를 주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일반적인 사회의 통념을 넘어 사회적기업에 '혁신'의 개념을 덧붙인다. 즉 그가 말하는 사회적기업은 '어려운 사람들을 사후적으로 도와주기보다는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고 혁신하는 기업'이다.
드레이튼의 말처럼 사회적기업은 소비 영역(경제적 가치)과 시민 영역(사회적 가치)을 융합하여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것이므로 기존의 틀을 깨는 생각과 도전정신, 다시 말해 혁신정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사회적기업의 혁신은 효율성과 효과성을 지니고 사회로부터 정당성을 인정받을 때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모바일 소액금융서비스인 '엠페사(M-PESA)'는 혁신의 대표적인 사례다. 엠페사는 영국의 보다폰이 2007년 케냐에서 시작한 대표적인 은행 서비스다. 은행 지점망이 부실하고 치안문제로 개인의 재산보호가 어려웠던 아프리카에서 금융서비스는 소수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엠페사의 보급으로 누구나 저가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소액대출상품 가입, 저렴한 송금서비스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고 이미 케냐 인구의 절반 이상이 가입자로 등록돼 있다.
엠페사는 케냐에서만 하루 200만건 이상이 이용되고 있으며, 2012년 말 기준으로 엠페사 가입자는 1700만명에 달한다. 이들이 한 해 엠페사로 거래하는 돈은 케냐 국내총생산(GDP)의 11%에 육박한다고 한다. 무엇보다 엠페사 덕분에 케냐 저소득층의 저축률이 높아지고 영세농가의 상업활동이 촉진되는 등 엠페사는 케냐의 경제성장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엠페사의 사례에서 사회적기업 '혁신'의 (모범적인) 모델을 찾아볼 수 있는데 무엇보다 엠페사는 사회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면서 동시에 고객 요구(needs)에 부합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했다.
물론 일반 영리기업들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을 하며 고객에게 제품과 서비스의 성능이란 측면에서 기존보다 높지 않은 가격에 높은 가치를 창출하려는 노력을 지속한다.
하지만 사회적기업의 혁신은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 혁신뿐만 아니라 사적인 개인보다 사회 전체에 이익을 주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말하며 이는 똑같은 사회의 현상을 보더라도 보다 창의적이며 새로운 관점에서 틀을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빌 드레이튼의 사례로 돌아가보자. 빌 드레이튼은 미국 환경보호국 관료시절 '버블 프로젝트'라는 획기적인 정책을 시도했다. 버블 프로젝트가 시행되기 전만 해도 미국 정부는 대기오염 배출에 대한 세부규정을 통해 기업들을 규제했다면 버블 프로젝트는 기업들 각자가 혁신을 통해 유해물질을 줄이도록 정부는 유해물질 배출 총량만을 규제했다.
그리고 당시 환경정책의 후퇴라고 강하게 저항받았던 버블 프로젝트는 프로젝트를 기초로 한 대기청정법이 시행되고 이산화황의 배출을 크게 줄어든 실천 사례들이 등장하면서 우수한 환경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위 사례를 통해 환경문제 해결이라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도 이렇게 관점을 변화시킴으로써 더 효과적으로 문제해결에 다가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국내의 사회적기업들도 정부나 기업 등 여러 영역에서 사회문제 해결 및 다양한 비즈니스 발굴을 위해 혁신형 사회적기업들을 발굴하고 혁신적인 창업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등 사회적기업의 '혁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음은 환영할 만하다.
변화에 대한 믿음과 고정관념의 타파, 그리고 타인과 사회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혁신을 실천하는 사회적기업가가 많아질수록 분명 우리 사회의 밝은 미래는 한 발짝 더 가까워질 것이다.
강대성 SK행복나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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