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건욱 기자]힙합 듀오 언터쳐블이 4번째 미니앨범 '트립(trip)'으로 활동을 재개했다. 이들은 지난 7월에도 디지털 싱글 '콜 미'를 공개해 잠시 주목을 받긴 했지만, 실제로 대중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건 거의 2년만이다.
앨범명 '트립'은 언터쳐블이 긴 공백 기간 동안 지내온 삶의 여정들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그 시간을 인간이 성숙해지는 과정의 일부였다며 이번 앨범 작업을 통해 자신들이 걸어온 길을 하나씩 되짚어 나갔노라고 말한다.
"정말 오랜만이죠. '여행' 말고는 그간 지나온 나날들을 표현할 단어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고 발 뻗고 논 건 아니고, 잠시 머리도 식히면서 정리할 여유가 필요했다고 보는 게 맞겠죠. 무엇보다 이제 더 이상 20대가 아니게 됐네요. " (디액션)
"가사 쓰고 랩 하는 게 원래 저희들이 하던 일인데, 오랜만에 다시 제대로 앨범을 내고 활동을 시작하려니 왠지 막막했죠. 너무 돌아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사실 알고 보면 억지로 뱅뱅 돌아온 것도 아닌데 말이죠." (슬리피)
오직 지나온 시간만이 주는 정직함이라는 게 있다. 언터쳐블이 구하고 얻은 깨달음이란 구체적인 어떤 사실이라기보다는 스스로를 돌이켜볼 수 있는 여유와 같은 것이었다. 이들은 그 과정에서의 성찰을 고스란히 작업에 담아냈다.
"이번 앨범은 전반적으로 사랑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특히 타이틀곡인 '베인(vain)' 같은 경우는 특별하죠. 왜냐하면, 그동안 많은 곡들을 써왔지만 이렇게까지 제 얘기를 담아낸 건 처음이거든요," (슬리피)
"대중가요라는 건 사실 대중들에게 어떻게든 공감을 시키고 싶은, 혹은 받고 싶은 이야기들이라고 봐요. 하지만 이번 곡들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좋다는 반응이 많았죠. 어떻게 쓰면 더 좋아해줄까 하는 가식도 없었고 진솔한 감정만 담았거든요. 그래서 더 애착이 가죠." (디액션)
여행의 묘미는 이전에는 몰랐던 세상을 경험하는 데 있다. 그리고 사람은 본인과 다른 모든 것들과 조우함으로써 진정한 자신 또한 발견하게 된다. 언터쳐블은 그 여정 속에서 '나는 가수다'라는 사실을 재인식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저와 슬리피형, 둘 다 가사도 쓰고 곡도 만들어요. 하지만 이번에 작업할 때는 노래를 외부에서 많이 받았죠. 가수니까, 팬들에게 더 좋은 음악을 들려주자는 생각뿐이었거든요. 저희가 생각하는 최고의 곡을 받으려고 열심히 뛰었죠." (디액션)
"원래 스타일이 곡을 받으면 가사를 빨리 써내려가는 편이죠. 그런데 이번에는 그게 안 되더라고요. 디스코그래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죠. 다 내 작업물인데 덜 소중한 게 있을 리 없잖아요. 항상 작업이 끝나면 가사의 비유나 표현력에 대한 후회가 남곤 했는데, 그런 점까지 생각해서 더 심혈을 기울였죠." (디액션)
그들이 이번 앨범에 들인 공은 단지 열심히 했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슬리피와 디액션은 곡 작업은 물론이고 재킷 디자인이나 뮤직비디오 촬영 같은, 작품 외적인 부분까지 수없이 회의를 주관하며 자신들의 음악적 색깔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사실 예전부터 이미 친분이 있던 분들과 이번 앨범 작업을 같이 했어요. 영화 '공공의 적'을 보면 강철중이 조규환의 집에 가서 밥도 시켜먹고 계속 시간을 보내잖아요. 그런 것처럼 저희도 작업하는 분들과 거의 같이 살다시피 많은 시간을 공유하면서 의견을 나눴죠. 정말 까다로운 과정이었어요. 녹음까지 다 마치고도 성에 안 차서 빼버린 노래도 있을 정도죠." (슬리피)
마지막으로 언터쳐블이 대중들에게 어떤 감동과 놀라움을 선사할 예정인지,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물었다.
"앨범 1번 트랙인 '트립' 가사에 '앞으로만 가긴 위험해 하지만 뒤를 볼 시간은 부족해. 그래서 천천히 가는 걸 택했어'라는 구절이 있는데, 딱 그 심정이죠. 너무 빨리도 아니고 뒤처지지도 않고 묵묵히 가고 싶네요. 사실 빨리 가고 싶다고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죠." (디액션)
"예능프로그램에는 출연할 생각이 없는데, 혹시 기회가 된다면 토크쇼에는 나가보고 싶네요. 요즘 방송을 보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자리가 정말 많죠. 하지만 아티스트 자체에 대해 파고들 수 있는 기회는 별로 없는 것 같아 아쉽거든요. 그런 곳에 불러주신다면 나가서 저희들 노래는 물론이고, 삶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도 들려드리고 싶어요." (슬리피)
박건욱 기자 kun111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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