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서로의 입장만 확인했다. 자유계약선수(FA) 첫 협상 테이블이다. 대우와 의지의 목소리가 오고갔으나 어느 곳도 결실을 맺지 못했다.
FA 신청 선수 대부분은 11일 원 소속구단과 첫 우선협상을 가졌다. 전날의 첨예한 탐색전은 계속 이어졌다. 얼굴을 마주보고 앉았으나 모두 입장을 확인하는 선에서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아주 소득이 없었던 건 아니다. 부산 사직구장을 찾은 포수 대어 강민호는 롯데 구단으로부터 역대 최고 FA 대우를 약속받았다. 2005년 심정수가 삼성과 계약한 4년간 최고 60억원 이상의 조건이다. 롯데 측은 “좋은 분위기에서 의견을 주고받았다”며 “강민호의 자존심을 지켜줄 수 있도록 잘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강민호 역시 롯데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며 함께 하고 싶어 했다”고 덧붙였다.
강민호는 롯데가 낳은 프랜차이즈 스타로 리그 최고의 포수로 손꼽힌다. 28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1028경기를 뛴 풍부한 경험에 장타력까지 겸비했다. 통산 성적은 타율 0.271 125홈런 521타점이다. 양 측은 13일 다시 만나 의견을 조율할 계획이다.
국가대표 2루수 정근우도 SK 구단의 잔류 의지를 확인했다. 인천 시내에서 가진 민경삼 단장과의 면담에서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인정받았다. 구체적인 조건을 교환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오후 다시 만나 의견 차를 줄여갈 방침. 이와 관련해 정근우는 “합당한 대우로 이번 FA 선수 가운데 최고 레벨에 속하고 싶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정근우는 공격, 수비, 주루 능력을 두루 갖춘 리그 간판급 2루수다. 2005년 데뷔해 9시즌 동안 타율 0.301 59홈런 565득점 377타점 269도루를 기록했다. 올 시즌 성적은 0.280 9홈런 35타점 64득점 28도루다.
이용규 역시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받지 못했다. 이날 오후 오현표 KIA 운영실장과 저녁 식사를 함께 했으나 팀 사정과 잔류의 필요성만 전달받았다. 일종의 탐색전이었던 셈. 자리에서 이용규는 자신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 자리에 서기까지 많은 것을 함께 한 팀이라 애정이 많다. 같은 값이면 남고 싶다”면서도 “9년 동안 했던 것을 보상받고 싶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KIA가 지난해 김주찬을 데려오며 내민 4년간 50억원 이상을 제시할 것으로 내다본다. 김주찬보다 4살이 어린데다 타격, 수비 등에서 다소 앞선단 평을 받는 까닭이다. 2004년 LG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용규는 이듬해 KIA로 이적, 10시즌 동안 타율 0.295 16홈런 611득점 300타점 245도루를 남겼다. 올 시즌 성적은 타율 0.295 2홈런 74득점 22타점 21도루다.
이종욱과 손시헌도 두산 구단의 잔류 의지를 확인하는 선에서 첫 협상 테이블을 매듭졌다. 구체적인 기간이나 금액을 제시받진 못했으나 충분한 의견을 교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대수, 한상훈, 박정진도 한화 구단의 의지만을 확인한 채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박한이와 장원삼 역시 삼성 구단과 느긋한 분위기에서 협상 테이블을 계속 갖기로 합의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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