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17명, 서울시 운영 '희망 호텔리어스쿨 제2기' 과정 수료
호텔리어와 마트 직원으로 '새출발'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맨 몸으로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할겁니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갈 이유가 생겼어요."
8일 오전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17명을 위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새출발을 앞두고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이들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될 때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당당하게 무대에서 수료증을 받아 들었다.
말끔한 복장을 하고 무대에 오른 이들의 이름은 어제까지만 해도 '노숙인'이었다. 인생의 방향을 잃고 노숙인을 보호하는 시설에 거주하며 방황하던 이들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희망 호텔리어스쿨 제2기' 과정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불씨를 찾았다.
기쁜 날, 피를 나눈 가족은 함께 하지 못했지만 정과 의리를 나눈 서로가 서로에게 가족이 돼 주고 있었다.
가장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과정을 이수해 한 특급호텔 협력업체에서 일하게 된 김명동(44세)씨는 새로운 곳에서 인생을 시작한다는 기대감이 얼굴 곳곳에 묻어났다.
미싱사로 일하다 IMF 이후 일감이 끊기면서 노숙인이 된 김 씨는 "오랜시간 일을 쉬어 다시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사회의 도움으로 동료들과 함께 희망을 찾게 돼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처음 테이블 매너나 예절교육을 배울 땐 이런 것까지 왜 해야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제는 교육을 통해 배운 것들이 유익하고 내게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은평구 노숙시설에서 생활하다 교육에 참여한 표명호(49)씨는 "노숙인과 관련된 교육을 여러차례 받았지만 취업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아 별 성과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이마트에서 일하게 됐다는 성과를 얻어 힘이 난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사회로부터 쏟아지는 차가운 시선 때문에 닫혀 있던 이들의 마음도 함께 교육을 받고 생활하며 차츰 열리기 시작했다. 김 씨는 "나도 노숙인이지만 함께 교육받는 동기들에 대한 기대감이 별로 없었는데, 실패를 경험했을 뿐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교육과정을 함께한 조선호텔 최보경 사원은 "교육 초반엔 적응하느라 조금 시간이 필요했지만, 새출발에 대한 의지가 누구보다 강해 현업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환경에서 일할 기회를 갖게 됐지만 바뀌지 않는 사람들의 시선과 사회의 낙인은 여전히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표 씨는 "나도 노숙인이 되기 예전에는 이해를 못했었다"며 "노숙인 출신이라는 시선보다는 절망과 고통을 딛고 일어나려는 우리의 노력을 좀 더 인정해 주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 씨 역시 "우리보다 더 나은 일반인이 오면 노숙인 출신 취업자들은 뒤로 밀려나는 경우도 많이 봤다"며 "우리도 열심히 해야겠지만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서울시와 고용주가 더 많은 공감대를 이뤄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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