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여자 실업축구를 호령하던 박은선(서울시청)이 때 아닌 성(性)정체성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시청을 제외한 한국여자축구연맹(WK) 리그 소속 6개 구단 감독들은 최근 비공식 간담회를 갖고 박은선의 성별 논란을 제기하며 "내년 WK리그에서 뛸 수 없게 하자"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내용은 이미 연맹 측에 전달됐고, 일부 구단은 결의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리그 보이콧도 불사하겠단 방침이다. 6일 예정된 WK리그 단장회의에는 정식 결의서를 제출할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주된 이유는 부상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180㎝, 74㎏의 박은선이 동료들에 비해 신체 조건이 월등해 경기 도중 적지 않은 위협을 받았다는 지적이다. 박은선은 이전에도 보이시한 외모, 낮은 목소리 등으로 공공연히 성별논란에 휩싸였다. 그러나 꾸준히 리그에서 활약하던 선수를 두고 뒤늦게 논란을 벌이는데 대해 구단 이기주의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박은선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줄곧 여자축구선수로 등록돼 그라운드를 누볐다. 2003 아시아여자선수권과 미국 여자월드컵, 2004 아테네올림픽, 2005 동아시아대회에서 여자대표팀 일원으로 활약했다. 서울시청에서도 어느덧 입단 9년차를 자랑하는 베테랑이다. 올 시즌엔 19골로 정규리그 득점왕에 오르며 소속팀을 사상 첫 정규리그 2위와 챔피언결정전 준우승까지 이끌었다.
서울시청 구단 관계자는 "작년까지 아무 얘기가 없다가 갑자기 문제를 제기한 건 납득할 수 없는 헐뜯기"라며 "박은선의 인권 문제가 걸린 만큼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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