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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야? 청첩장 스트레스

또야? 청첩장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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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포털 사람인, 954명 대상 설문
직장인 한달 평균 12만원 지출
내키지 않아도 참석할 때 가장 곤혹

[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주말 약속이 없어도 괜히 바쁜 결혼 시즌이 한창이다. 가까운 지인의 가장 경사스런 날이지만 예식장으로 향하는 직장인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쏟아지는 청첩장에 결혼을 축하하는 마음은 잠시 한구석으로 밀려난다. 과연 예식장에 가야할 만큼 두터운 친분이었는지, 그렇다면 축의금으로 얼마를 내야하는지 복잡하기만 하다. 마음껏 축하하고 싶은 마음과 빠듯해지는 현실이 눈앞에 겹쳐진다. 과연 대한민국의 직장인들은 한차례 결혼 시즌을 넘기고 무사히 겨울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인가.


최근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9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의 95.8%는 경조사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로는 주로 '경조사비가 부담스러울 때', '친분이 없어도 참석해야할 때'(각각 49%, 복수응답)가 거론됐다. 이 밖에 '경조사가 너무 많이 몰릴 때'(31.5%), '경조사 참석으로 시간을 빼앗길 때'(28.9%), '어디까지 챙겨야할지 모를 때'(22.4%), '다른 일정과 겹칠 때'(20.4%), '상사 등이 경조사 참석을 강제할 때'(17.7%) 등이 있었다.

설문대상의 71.3%는 '경조사비를 내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낸 적 있다'고 했다. 또 65.9%는 의무적으로 경조사에 참석한 경험이 있었다. 그 대상으로는 '회사 상사'(57.4%, 복수응답), '회사 동료'(46.4%), '거래처'(14.1%), '친구'(10.5%), '모임·동호회 인맥'(9.4%) 등의 순이었다.


한편, 직장인들은 한 달 평균 경조사에 두 번 참석하고, 매번 평균 6만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축의금 얌체족, 밉지만 봐 준다 = 오랫동안 연락이 뜸했던 지인에게 연락이 오면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있다. "너 결혼하냐?" 그만큼 결혼을 앞두고 메신저나 문자로 뜬금없이 청첩장을 보내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제 갓 입사한 새내기 직장인인 차유빈(가명 27)씨는 메신저로 황당한 메시지를 받았다. 일년 전에 토익 스터디를 같이 한 후 개인적인 친분이 전혀 없었던 A씨가 모바일 청첩장을 보내오며 살갑게 안부를 물어왔기 때문이다. 이 후 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하루 걸러 한번 씩 안부를 묻는 메시지를 보내거나 모바일 쿠폰을 보내기도 하는 등 거절하기 힘든 연락을 지속했다. 한술 더 떠 한 번도 얼굴을 비추지 않았던 스터디 이후 이어져온 친목 모임에도 적극적으로 참석하기 시작했다. 차 씨는 결혼을 앞둔 A씨가 애처롭기까지 했다. 차 씨는 "A씨의 행동이 밉상이지만 오죽하면 저럴까란 생각에 결혼식에 참석할 생각"이라며 "원래 얼굴이 두꺼운 사람이었는지 아니면 결혼식이 사람을 다급하게 만든 건지 알 수 없는 일"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새내기 주부인 박아연(가명 32)씨는 얼마 전 얌채 대학 친구 B씨 때문에 마음이 상했다. B씨는 박씨와 대학교 4년 내내 비교적 친했던 대학친구. 지난해 먼저 결혼한 B씨를 위해 박씨는 새벽 6시부터 이어진 신부 화장부터 신혼여행까지 짐가방을 챙겨주며 하루 종일 예식장을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한달 전 박씨의 결혼식에 B씨는 가족여행과 날짜가 겹친다는 핑계를 대며 얼굴조차 비추지 않았다. 박씨는 "결혼식에 오면 간이라도 내줄 것처럼 굴던 B씨는 결혼 이후 고맙다는 말 한마디조차 없었다"며 "결혼 후 바쁠거란 걸 알지만 서운하지 않을 수 없었다"라며 씁쓸해했다.


◆내 월급엔 버거운 축의금 = "또 야? 결혼 좀 띄엄띄엄해라" 주진혁(가명 35)씨는 결혼 소식을 전하는 친구에게 진심을 담은 우스갯소리로 대꾸한다. 그가 이번 한달 동안 가야하는 결혼식만 무려 다섯 번. 얄팍한 지갑의 무게를 실감하고 있는 요즘 줄줄이 있는 결혼식이 달갑지만은 않다. 만약을 대비해 그동안 모아둔 비상금을 탈탈 털어도 모자랄 지경이다. 적은 금액을 나눠담느라 어떤 봉투에 얼마를 넣어야할지도 여간 고민스럽다. 주씨는 "이리저리 저울질하면서 금액을 조정하고 있노라면 결혼하는 친구에게 미안할 지경"이라며 "결혼식이 즐겁지 않다니 우울한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축의금, 감동으로 바뀌다 = 박서형(28 가명)씨는 신혼여행을 가는 비행기 안에서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결혼 축의금을 정리해주던 사촌 동생이 신혼여행에 챙겨가라며 넣어준 축의금 봉투에서 친구의 마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친구는 신혼 여행지인 유럽을 고려해 유로로 환전한 축의금과 함께 직접 쓴 축하 메시지를 넣었다. 박씨는 "친구가 와 준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운데 손 편지에 환전까지…내가 인생을 헛살지만은 않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결혼식에서 드러난 인관관계에 실망하던 차라 감동이 더 컸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축의금은 정중히 거절합니다. 그동안 감사했던 분들께 식사를 대접하는 자리라고 생각해주십시오" 얼마 전 박희숙(가명 56)씨는 훈훈한 청첩장을 받았다. 남편의 직장 상사가 둘째 아들을 장가보내면서 축의금을 거절하는 결혼식을 하겠다고 선언했던 것. 축의금을 사양하는 것도 신선한데 식사 대접을 하는 자리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고마웠다. 박씨는 "뿌린 본전을 생각하면 이런 시도를 하기 힘들 것"이라며 "C씨의 인격이 다시 보였다"라고 새삼 느꼈다. 박씨는 결혼식 날 고급 레스토랑 식사보다 더 의미있는 한 끼를 대접받았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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