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SM7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르노삼성자동차의 SM7을 타봤다. 막 나온 따끈따끈한 신차는 아니다. 2006년 첫 출시 후 몇번의 모델체인지를 거쳐 지금 모습을 갖춘 게 2011년, 나온 지 2년이 됐음에도 차에 관심이 간 건 최근 회사를 옮긴 박동훈 르노삼성 부사장의 '과한 칭찬'때문이었다.
자신이 판매를 책임지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상당부분 흘려들을 법했지만, 수입차업체 CEO만 10년 가까이 하는 등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박 부사장의 말이라면 호기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서울에서 파주 법원리 일대까지 차를 몰아봤다. 한껏 밟아볼 고속도로, 구불구불한 국도, 거친 비포장도로를 다녔다.
국내 소비자들이 차의 첫인상으로 꼽는 정숙성은 다른 브랜드의 경쟁차종에 비해 다소 높은 수준이었다. 제한속도를 훌쩍 넘겨도 탑승자와 작은 목소리로 얘기가 통할 정도다. 거친 노면에서 진동도 적다. 바닥상태를 미리 확인해 무의식적으로 신체를 반응하는 운전자뿐만 아니라 앞ㆍ뒷좌석 동승자들도 "조용하다"고 입을 모았다. 차체는 물론 타이어, 서스펜션 등 차의 각 부분을 NVH(소음ㆍ진동) 성능에 집중한 덕분이라고 회사는 강조했다.
3.5ℓ 모델의 재원표상 최대출력과 토크는 258마력, 33.7㎏ㆍm으로 경쟁차종으로 꼽히는 그랜저나 K7에 비해 다소 낮은 수준이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했다. 고회전에서 변속 시 자연스러운 느낌도 나쁘지 않다.
내부공간은 세심한 배려가 곳곳에서 묻어난다. 운전자의 허리와 등을 고루 만져주는 마사지 시트가 있어 장시간 운전에도 피로가 덜하다. 시동버튼이 핸들 아래쪽이 아니라 센터페시아쪽에 있는 점이나 내비게이션화면이 다른 차량에 비해 살짝 높은 곳에 있는 것도 편리했다.
운전자와 조수석, 뒷좌석에서 각기 따로 기능하게 한 공조장치는 특히 눈에 띄는 부분. 대시보드에서 나오는 바람이 직접 사람에 닿지 않고 머리 위쪽이나 주변으로 순환돼 쾌적한 느낌이 든다. 개인취향에 따라 각기 다른 향을 택할 수도 있다. 뒷좌석 탑승자의 머리를 편안히 지지해주는 항공기식 헤드레스트는 동급 차종 가운데 처음 적용됐다. 센터페시아나 변속기 부분에 버튼이 많아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듯 보였다.
SM7의 외관은 그간 호감과 반감이 꽤나 분명히 드러났던 차다. 몇 번의 모델체인지를 거치며 지금은 호감이 많아졌다고는 해도 그간의 이미지탓에 시장이 그 진가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는, 억울함도 있을 테다.
박 부사장은 적을 옮긴 후 "SM5와 SM7를 구입해 타보고 마음에 안 들면 전부 환불해준다"는 파격적인 마케팅을 시도했다. 일단 SM7의 첫달 성적표는 60% 이상 판매가 늘었다. 마케팅 효과인지, 시장이 알아준 것인지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드러날 것이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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