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생애 가장 기억에 남는 시리즈로 만들겠다.”
201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는 결국 류중일 감독의 말대로 됐다. 삼성은 4차전까지 1승 3패로 벼랑 끝에 몰렸으나 내리 3연승을 거둬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운명의 7차전에서 장원삼의 역투와 타선의 집중타를 앞세워 7대 3 역전승을 거뒀다. 1985년 전·후기 통합우승 포함 통산 일곱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며 프로야구 출범 뒤 처음으로 3년 연속 정규리그·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이뤘다.
샴페인에 흠뻑 젖어 선수단과 기쁨을 만끽한 류 감독은 총평에 앞서 놀라움부터 나타냈다. 미디어데이에서의 예언이 적중했기 때문이다. “생애 가장 기억에 남는 시리즈로 만들겠다”라던 발언이다. 류 감독은 “감독이 되고나서 말을 하면 다 맞아떨어졌다. 이런 뜻으로 말한 것이 아니었는데 막상 겪어보니 참으로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 출신이라 그런지 대구에서 팬들과 축배를 들어 더욱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감격의 근원은 0%의 기적이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3패를 먼저 당하고 우승한 팀은 올해 삼성이 처음이다. 류 감독은 원동력으로 선수단 전원을 가리켰다. “엔트리에 포함된 27명의 선수가 모두 잘해줬다. 박한이가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지만 차우찬, 채태인, 안지만, 오승환 등 모든 선수들이 MVP에 버금가는 활약을 펼쳤다”고 밝혔다. 특히 시리즈에서 마음고생을 겪은 이승엽에 대해 류 감독은 “상대가 갖는 위압감이 크다. 잘 치진 못했지만 엄청난 존재감을 보였다”고 칭찬했다.
류 감독은 이제 또 다른 금자탑을 바라본다. 4년 연속 통합우승이다. 그는 “감독은 늘 배고픈 직업이다. 내년에도 우승하고 싶다”면서도 “당장 오승환의 거취가 불분명하고 장원삼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모두 삼성에 있었으면 좋겠지만 프로이기에 다른 팀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상에 오르기보다 지키기가 더 힘들다고 하는데 마무리캠프, 스프링캠프를 소화하면서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가겠다. 최강 삼성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정재훈 사진기자 roz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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