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신북방정책이 이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8일 유라시아 시대의 국제협력 콘퍼런스 개막식에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제안하면서 중국, 북한, 러시아, 중앙아시아 및 유럽을 잇는 경제공동체 구상을 밝혔다. 이는 관련 국가들이 관심을 가질 만하다. 특히 오랫동안 이 지역에 공을 들여온 중국의 입장이 궁금하다.
이 지역에 대한 중국의 접근은 정책이라기보다는 조각을 모아야 어렴풋이 보이는 중ㆍ장기 국가전략이다. 여기서 보는 북방지역은 가깝게는 중국과 접경하는 러시아, 북한, 몽골, 중앙아시아를 포함하여 멀리는 한국, 일본, 북유럽 및 북극까지 확장된다.
중국의 북방전략은 어떤 측면에서 구현되는가? 우선 이 지역과의 교역에서 나타난다. 2000~2012년 중국은 러시아, 북한, 몽골, 카자흐 및 키르기스와의 교역에서 각각 22%, 23%, 29%, 26%, 48%에 달하는 연평균 증가율을 기록했다. 중국은 사업도 늘려왔다. 중국이 몽골에서 추진한 계약 프로젝트 규모는 2000년 1778만달러에서 2011년 6억5442만달러로 37배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러시아, 카자흐, 키르기스에서는 각각 31배, 28배, 25배로 늘었다.
주변국을 방문한 중국인들도 급증했다.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은 2009년 121만명에서 지난해 273만명으로, 몽골 방문은 15만명에서 33만명으로 늘었다. 2009년 10만명에 미치지 못했던 북한 방문 중국인도 지난해에는 24만명에 달했다. 왕성한 구매력을 보이는 중국인 관광객은 이미 현지에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이 중 일부는 중국 북방전략의 실행자들이다. 방문 지역에 비즈니스 기회가 있으면 아예 눌러앉아 빠르게 사업을 벌인다. 그리고 양국 간 무역과 투자 증대에 기여한다.
중국의 북방전략은 2000년대 이후 서부 대개발과 동북3성 진흥정책을 추진하면서 형성되었다고 본다. 특히 접경지역 도시들이 인프라를 대거 정비하고 주변국에 대한 공략기지로 부상하면서 어렴풋이 윤곽을 드러낸다. 단둥, 훈춘, 수이펀허의 예를 들어 보자. 241만명의 인구를 지닌 단둥은 중국 접경도시로는 최대다. 북중 교역의 70% 이상이 단둥을 거친다. 중국에서 북한으로 나가는 최대 관문이다. 현재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신압록강대교가 건설 중이며 내년 개통을 앞두고 있다. 신압록강대교가 개통되면 북중 무역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북한, 중국, 러시아 3개국이 만나는 지역에는 훈춘시가 있다. 인구가 22만명이다. 개발 붐이 한창이고 북한, 러시아로 통하는 도로 등 인프라를 구축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문만 열리면 언제든지 몰려갈 태세다. 수이펀허는 중국과 러시아 접경지역의 최대 통관 도시다. 20년 전 1만명에 불과했던 도시인구가 현재 유동인구까지 포함하면 15만명에 달한다. 도시 곳곳에 건물이 새로 들어서고 러시아와 통하는 도로도 잘 정비되어 있다. 맞은편 러시아 쪽이 초라할 정도다.
몽골 및 중앙아시아와 접경한 지역의 사정도 비슷하다. 이처럼 중국은 북방전략을 추진할 인프라는 전부 구축해 놓았다. 상대국가가 문을 열어주기만을 기다린다. 중국이 주변국과의 경제교류에서 취하는 원칙은 겉으로는 공동이익ㆍ공동발전이다. 이러한 거대한 경제 유혹 앞에서 관련 국가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문을 열어 중국 자본을 받아들이는 것은 시간 문제다. 여기서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시장요소가 중국을 통해 북한에 많이 흘러 들어간다고 한다. 어쩌면 중국의 북방전략에 따라 한반도의 미래가 달라질 수도 있다. 이제 우리는 한반도 통일 이후까지를 고려하여 신북방정책을 잘 다듬고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
김창도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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