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 정책의 획일성과 무리수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지정해 대기업 참여를 규제했더니 엉뚱하게 외국기업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불러왔다. 동반성장 정책의 근본 취지가 무색한 중기 살리기의 역풍이다. 중소기업에 실질적 도움을 주지 못하면서 외국계 기업만 반사이익을 누려 대기업 역차별 논란이 이는 불합리한 규제는 없애거나 합리적 개선책을 찾는 게 옳다.
김해국제공항은 그제 면세점 DF2 구역 운영자로 듀프리 토마스줄리코리아를 선정했다. 이 회사는 지난 8월 자본금 1000만원에 급조된 세계 2위 대형 면세점 듀프리의 자회사다. 정부는 법까지 바꿔가며 중소ㆍ중견기업으로 입찰을 제한했지만 외국기업이 '위장 중기'를 내세워 낙찰 받은 것이다. 국내 대기업이 그런 식으로 입찰했어도 가능했을까. 역차별 논란이 이는 이유다.
중기 살리기의 헛발질은 이뿐 아니다. 2011년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된 LED조명 시장은 필립스, 오스람 등 외국기업 점유율이 60%를 넘어섰다. 재생타이어 시장도 브리지스톤과 미쉐린 등 외국계 대기업 점유율이 2년 만에 15%대로 커졌다. 대형마트 규제 이후 일본 유통업체가 골목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대기업들이 떠난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사업엔 미국계 오피스디포가 위세를 떨친다.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이후 광고, 시스템통합(SI) 부문에서 외국기업들이 국내기업을 제치고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공분야도 사정은 비슷하다. 정부가 중소 정보기술(IT) 기업 육성을 위해 대기업의 정보시스템 구축 사업 참여를 금지시키자 IBM, 오라클 등 다국적 기업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 최근엔 세종청사 등 공공기관 구내식당 운영권을 점령하는 사례도 나왔다.
동반성장 정책을 다시 짚어봐야 한다. 실질적으로 중소기업에 도움을 주지 못하면서 외국기업에만 밥상을 차려주는 식의 규제는 문제가 있다. 외국 기업에게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되지만 '편법'까지 눈감을 일은 아니다. 정책 목표에 걸맞은 내실을 갖추려면 획일적인 규제가 아니라 불합리한 중기 적합업종, 품목은 폐지하는 등 시장환경에 맞춰 개선하는 게 옳다. 대기업의 역할을 대신할 만큼 중소ㆍ중견기업의 체력을 키우는 일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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