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극으로 향하는 항로를 개척하거나 북극의 자원을 선점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북극은 천연자원의 마지막 보고이자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잇는 교통의 요지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1980년대부터 북극항로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졌고, 정부의 지원으로 알래스카 대학에 '국제북극연구센터'를 설립해 운영하는 등 북극에 관한 연구가 오래 전부터 이루어졌다. 스발바르(Svalbard)에는 우리나라보다 수년 앞서 독립건물을 지어 기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스웨덴 북쪽에 위성관제 시설을 지어 위성의 관제를 독자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그 외에 북극 관련 연구가 대학을 중심으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은 최근 들어 북극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수년 앞서 쇄빙선을 보유해 북극해 탐사를 실시해 왔으며, 스발바르에는 우리나라보다 늦게 진출하였으나 시설을 크게 확보해 다방면의 연구를 모색하고 있다. 북극이사회에도 우리나라보다 먼저 신청하였으나 올해 우리나라, 일본과 함께 정식 옵서버가 되었다. 특히 중국은 아이슬란드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작년에는 고위급 정부관리가 방문해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대단위의 토지구입을 시도한 것이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북극정책은 어떤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의 연구를 뒷받침해주는 정도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002년 북극 다산기지를 개설하고 최근 북극 이사회의 정식 옵서버가 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과학자들이 시작하고 정부정책은 뒤쫓아오는 과정을 답습하고 있다. 작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그린란드 방문과 그린란드 총리의 한국 방문, 그리고 최근 실무자들의 상호방문과 교류도 극지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장시간에 걸쳐 정부 관료를 설득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 들어서야 정부에서 '북극 종합정책 추진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 5월 우리나라가 북극이사회의 정식옵서버 지위를 획득한 것은 북극연구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데 있어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북극이사회는 북극권의 환경보호 및 지속가능한 발전과 관련한 여러 현안을 논의하는 국제 거버넌스이다. 북극에 인접한 노르웨이, 덴마크, 러시아, 미국, 스웨덴, 아이슬란드, 캐나다, 핀란드 등 8개 회원국을 중심으로 영구 참여단체인 이누이트 등 6개의 북극권 원주민 단체와 영국 등 6개 정식옵서버 국가가 참여하고 있었다. 지난 5월 우리나라와 함께 옵서버 가입을 신청한 나라는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7개국으로, 이 중 EU를 제외한 6개국이 정식옵서버 자격을 획득해, 정식옵서버 국가는 총 12개국이 됐으며, 우리나라는 이번 가입을 통해 이사회 내 각종 회의와 워킹그룹에 참여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도 북극 관련 활동에 탄력을 받게 된 만큼, 북극정책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국익에 도움이 될 방향으로 전략적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수행할 연구 방향이 결정돼야 한다. 그 다음에 연구과제들이 개발돼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북극 관련 연구는 다산기지를 이용한 관측위주의 소규모 연구과제 수행이 대부분이다. 또한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이용해 북극해를 조사 관측하는 연구과제들이 수년 전부터 수행되고 있다. 이외에 북극해 횡단항해에 관한 연구과제가 민간재단의 정책연구과제로 몇 년 전부터 시작됐고 시험항해가 기업차원에서 실시된 바 있다. 그러나 북극해를 횡단하는 항해가 안전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기술적, 법률적, 경제적 문제 등에 관한 사전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굳이 해외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외교,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의 검토를 통한 국가적 차원의 계획을 우선 수립해야 한다. 현재 극지연구소에서 운영하고 있는 다산기지, 캐나다 캠브리지의 관측시설, 알래스카 놈(Nome)의 관측시설, 계획 중인 그린란드 노르드의 관측시설 등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적합성 여부와 운영시스템의 검토가 필요하다. 남극의 세종기지, 장보고기지 등과 같이 북극의 관측시설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속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러시아의 시베리아 지역을 포함한 러시아 북극해 연안으로까지 연구 대상지역과 연구기지를 확대해 나가는 것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국가적 차원에서의 전략적인 북극정책 수립을 통해 창조경제 실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효율적인 북극연구가 수행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병권 한국극지연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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