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가 핵심 공약으로 추진하는 지하경제 양성화의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은 올 상반기 대기업ㆍ대자산가, 고소득 자영업자, 역외 탈세자 등에게 1조8803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실제 거둔 세금은 9845억원에 그쳤다. 물린 세금의 52.3%만 추징한 데다 그나마 거둔 세금에는 숨은 세원 발굴과 겹치는 부분도 있다. 지하경제 양성화로 5년 동안 거두기로 한 27조2000억원 중 국세청 몫 18조원을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방증이다.
세수부족을 메우려고 국세청이 무리하게 세무조사에 나섰다가 소송에 휘말려 패소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조세심판원 심판청구 결과 인용률(국세청 패소율)이 올 상반기 41.7%로 급등했다. 조세불복 심판청구 2862건 가운데 950건의 세금부과가 취소되거나 부과액이 축소 조정됐다. 지난해 인용률 26.4%보다 15.3%포인트 높다. 올 상반기 매출 500억원 이상 법인에 대한 세무조사 건당 추징액은 47억7000만원으로 지난해(38억2000만원) 대비 25% 늘었다.
세무조사 강화 소식에 기업들이 필요 이상으로 불안해하는 점도 문제다. 자금출처조사를 꺼려 신규 투자를 기피하거나 현금 구매를 늘리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국정감사에서도 상당수 의원들이 우려했다. '공안경제'라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국세청장 스스로 "지하경제 양성화를 적극 추진하는 게 알려지면서 세정활동 이상으로 (기업들이) 불안감을 느껴 부담스럽다"고 할 정도다.
불법적 탈세 행위는 뿌리뽑는 것이 조세정의에 맞다. 그렇다고 과도한 세무조사로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은 경계할 일이다. 국세청의 세원관리 인력을 세무조사 인력으로 대거 차출하면 세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신고세수 관리에 허점이 생길 수 있다.
세수부족 보충과 조세정의 실현을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는 필요하다. 하지만 의욕만으로 되지 않는다. 지하경제를 양성화해 복지 재원으로 쓴다지만 5년간 27조2000억원 추징은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목표를 달성해도 복지 재원으론 부족하다. 결국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하냐는 근본적 물음에 도달한다. 기초연금 축소를 둘러싼 논란도 여기서 비롯됐다. 국정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증세 논의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