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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반면교사 삼아야 할 영국의 에너지 정책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7초

[데스크칼럼]반면교사 삼아야 할 영국의 에너지 정책 박희준 국제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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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영국은 매우 시끄럽다. 에너지 회사들이 전기와 가스 요금을 크게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공급 원가가 올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렇지만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운 마당에 에너지 회사들이 제 살자고 값을 올린 것에 대해 수긍하는 영국인들은 적다.


이번에 요금을 올린 영국 에너지 회사는 이른바 상위 6개(빅6)사 중 3개사다. 이들은 전기와 가스요금을 8~11% 올렸다. 평균 10%다. 적다면 적은 금액이라고 할 수 있지만 소득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큰 금액이다.

임금이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에너지 요금을 올리는 것은 국민 지갑에서 돈을 빼앗는 것과 같다는 비판이 거세다. 영국 정부는 팔짱을 끼고 있다. 에너지 회사의 일이라는 입장이다. 정치권도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 한국과 똑같이 별다른 대안 없이 비판만 가하거나 선거의 표만 의식하는 발언만 내놓고 있다. 에드 밀리밴드 노동당 당수가 예다. 그는 에너지 회사의 요금인상을 '약탈행위'라고 비난해 찬사를 받았다. 그렇지만 그는 2015년 선거에서 승리하면 에너지 요금을 20개월간 동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공급원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가당찮은 약속이라는 반격을 받고 있다.


존 메이저 전 영국 총리도 참다못해 논쟁에 뛰어들었다. 그는 요금인상으로 수익이 개선되는 에너지 대기업에 '횡재세'를 물리자고 제안했다. 밀리밴드와 같은 노선이다. "정부는 기업이 아니라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메이저 전 총리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쏟아낸 발언은 매우 소중한 것은 사실이다. 영국의 에너지 요금 문제는 정치공약이나 구호로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 영국 정부는 에너지 시장에 경쟁을 도입해서 문제를 풀겠다는 입장이다. 더 많은 기업이 에너지 공급 시장에 진출해 가격을 낮추겠다는 속셈이다. 그러나 이는 당장 올겨울 요금을 해결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탁상공론일 뿐이다.

영국의 실책은 이뿐이 아니다. 발전단가가 낮지만 폐기비용이 많이 들어간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허가한 게 그것이다. 원전 건설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부담금인 탄소가격하한제도를 도입해 전기요금에 추가해 요금인상을 부채질했다. 바로 환경세인 탄소가격하한제도(Carbon Price Floor)다. 이 제도는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소에는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하고, 저탄소발전원에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영국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7%인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20년까지 30%로 확대한다는 구상이지만 에너지 요금 상승이라는 복병을 만난 것이다.


수요를 억제하기 힘들다면 공급을 늘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렇더라도 폐해가 많은 원전은 최후로 선택하는 게 옳다. 에너지 다소비국인 미국이 원전보다는 셰일혁명을 왜 선택했을까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은 셰일가스 개발을 환경오염을 이유로 개발하지 않고 있다. 독일의 발전회사 에온이나 이탈리아의 에너지 회사 에니 최고경영자가 나서 "셰일혁명에 따른 에너지 요금 때문에 유럽은 미국에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탄식하고 있지만 유럽은 '환경보호'만 붙들고 앉아 있다. 여기서 '환경의 역설'이 발생한다. 미국은 국내에서 셰일가스를 많이 생산하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석탄을 유럽으로 수출하고 있다. 환경을 보호한다는 유럽은 셰일가스 개발을 억누르면서도 석탄을 때 이산화탄소를 뿜어대고 있다.


영국의 상황은 원전 대국 한국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이웃 일본은 2011년 대지진과 쓰나미 이후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천연가스나 원유로 발전하면서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활용도 병행하고 있다. 한국은 원전비리로 원전이 멈출 가능성이 없지 않다. 에너지 요금 인상을 배제하기 어렵다. 밀양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주민과 한국전력 간의 갈등을 볼 때 해결능력은 전무하다. 한국 정부와 한전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박희준 국제부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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