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관행적 도덕적 해이가 방치해서는 안 될 정도에 이르렀다.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을 관리ㆍ지원하는 국무총리 산하 기구인 경제인문사회연구회를 대상으로 어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런 사실이 드러났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국정감사 답변 자료에 따르면, KDI 연구원과 KDI 부설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중 6명이 지난 6월 말 현재 은행이나 대기업의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신한은행ㆍKB금융지주ㆍ아모레퍼시픽ㆍ두산건설ㆍ넥스트비전 등이 이들에게 사외이사 자리를 내주었다.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인 KDI 교수는 연간 5000만원, 아모레퍼시픽의 사외이사인 또 다른 교수는 연간 4000만원의 보수를 받고 있다. 이들 외에도 지난 5년간 신용협동조합중앙회ㆍ하나UBS자산운용ㆍ한진ㆍ대우조선해양ㆍ현대유앤아이ㆍSBS 등이 KDI의 연구원이나 교수를 사외이사로 임용하고 보수를 줬다.
공무원이나 준정부기관 임직원의 경우와 달리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원이나 그 부설 교육기관의 교수에 대해서는 민간기업 사외이사 겸직을 금지하는 법규가 없다. 그러나 KDI와 같이 정부의 경제정책 개발에 관여하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원이나 교수가 정부 정책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민간기업의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렇게 겸직하는 사람을 통해 정부 정책에 관한 미공개 공적 정보가 민간기업으로 흘러갈 수도 있고, 특정 민간기업의 이해관계가 정부 정책에 스며들 수도 있다. 금지 법규가 없어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했다면 KDI 스스로 내규라도 만들어 그럴 가능성을 차단하는 장치를 갖추었어야 하지 않을까.
KDI는 20여개 정부출연 연구기관 중 유일하게 골프 회원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KDI의 간부급 연구원들이 그것을 가지고 최근 3년 동안 127회 골프 라운딩을 했고, 그중 24회는 평일에 골프장에 갔다고 한다. 실패로 평가되는 경인운하(아라뱃길) 건설 사업의 수요예측을 잘못하여 3조원의 국민세금을 낭비하게 하는 등 그동안 부실했던 KDI의 여러 연구 사례를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잘못된 관행을 스스로 혁파하지 못한다면 정부나 국회가 나서서 법을 만들어서라도 바꾸도록 강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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