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충무로에서]私債시장과 기업어음(CP)시장

시계아이콘01분 38초 소요

[충무로에서]私債시장과 기업어음(CP)시장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AD

동양그룹 기업어음(CP) 부도사태에 대해 풀어야 할 의문점이 적지 않다. 동양그룹은 적자가 커서 이미 10여년 전부터 은행관리에 들어가 있었다. 2010년에는 이자보상배율, 즉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충당할 수 있는 비율이 0.04%에 불과했고, 부채비율이 2000%를 넘어 업계에 '사실상 부도'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미스터리는 이때부터 시작된다. 이미 부도 상태나 다름없는 동양그룹이 발행한 CP가 오히려 더 많이 발행되고 팔린 것이다. 2010년 이후 최근까지 동양이 발행한 CP를 매입한 사람들은 모조리 '개미 투자자'들이었다. 금융기관과 전문 투자자들이 다 빠져나간 시장에 개인들이 뛰어들었다가 시한폭탄이 터진 것이다.

기업어음이 무엇인가? 발행하는 데 거의 아무런 규제가 없다. 발행 최저등급 규제도 없고, 이른바 '문방구 어음' 양식에 따라 오전에 발행해 그날 오후에라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아주 편리한 자금조달 수단이긴 해도 신용이 없으면 아무도 사주지 않는 '휴지조각'에 불과하다. 일종의 '현대판 사채(私債)시장'인 셈이다.


업계는 모두 알고 있었던 '휴지조각 동양 CP'를 개인 투자자들이 무더기로 사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높은 금리의 유혹이 컸을 것이다. 은행 예금금리가 연 3~4%인데 3개월 만기 CP를 눈 딱 감고 네 차례 정도 돌리면 연 9~10% 의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1972년 한국 경제의 지축을 뒤흔든 '8.3 사채동결 조치' 당시 은행과 사채시장 금리 격차가 딱 2배 정도였다. 은행금리보다 훨씬 높은 이자를 바라고 기업들에게 고리로 돈을 빌려주었다가 떼였다는 점에서는 외형상 그때와 유사한 상황이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한 가지 있다. 당시 사채시장에서 기업들에게 돈을 빌려줬던 사람들은 "원금까지 떼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던 반면 동양그룹 CP를 산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좀 위험하기는 하지만 금융기관을 통해 정상적 투자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동양증권이 CP를 팔면서 "절대 부도날 리가 없다"는 점을 명시적 혹은 묵시적으로 강조했을 가능성이다. 이 같은 판매방식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는 단순한 불완전판매가 아니라 '사기 행위'에 해당된다. 사실상 부도 상태인데도 "부도가 안 난다"면서 판매했다면 명백한 사기인 것이다. 사기성 판매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동양증권과 대주주에게 철저한 민ㆍ형사상 책임을 묻고 이들이 마지막 한 푼까지 투자자들의 피해를 보상해 주도록 조치해야 한다.


둘째, 금융당국은 오래전부터 동양그룹 발행 CP의 문제점과 파국에 따른 위험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왜 이 같은 결과를 막지 못했을까? 금융당국의 설명대로 "아직 부도가 나지 않은 기업에 대해 CP 발행을 금지할 만한 법적 권한이 없었다"는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근원적이고 제도적인 측면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CP 발행의 본질을 '사채시장'처럼 만들어 놓고도 계열사 금융기관을 통해 아무 위험 구분 없이 판매하도록 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주식만 하더라도 코스피와 코스닥시장, 벤처시장, 제3시장 등을 구분해 투자자들로 하여금 수익률과 위험도를 구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차제에 CP나 유사한 특징을 가진 금융상품 역시 위험등급별로 시장을 따로 만들어 투자자들이 '위험시장'을 한눈에 구분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근원적으로 금융시장의 문제점을 들여다 보고 보완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동양그룹 CP사태가 되풀이될 것이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