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나석윤 기자]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는 동양 사태와 관련, 금융당국 수장들과 청와대의 회동에 관심이 쏠렸다.
동양그룹의 사태가 심각했던 만큼 회동 자체에 문제가 될 것은 없어 보이지만, 국감 과정에서 금융당국 수장들이 회동에 대해 답을 꺼리거나 제각각으로 답해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8월 말 청와대 서별관에서 조원동 경제수석비서관, 신제윤 금융위원장, 홍기택 KDB산은금융지주 회장 등과 만나 동양 사태에 대해 논의했음을 시인했다.
이에 대해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전일 국정감사에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동양 일과 관련해 청와대 경제수석과 만난 적은 없고, 총리실에만 보고했다고 밝혔다"며 "이 발언이 위증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금융위원회는 신 위원장이 전날 국감에서 "대통령께 직접 보고하지 않았다"고만 했을 뿐 조 수석 등과는 계속 논의해왔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해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서별관회의에서 동양 사태를 논의한 걸 두고 괜한 오해가 일고 있다"며 "경제상황을 점검하는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주요 현안인 동양 사태를 다루지 않았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 말헀다.
국감 막바지에 이같은 논란이 불거진 만큼, 다음달 있을 종합감사에서도 이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와 금감원에 대한 종합감사는 다음달 1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계속된다.
◆'동양 사태' 靑 사전보고 논란= 논란은 민병두 민주당 의원이 최수현 원장에게 "청와대에 동양 사태에 대해 보고했느냐"고 질문하면서 시작됐다. 최 원장은 "보고하지 않았다"고 답했으며,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재차 질문했을 때에도 "동양그룹에 대해 얘기한 바 없으며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민 의원은 "한 기업이 악화되고 있는데, 정권 초기에 청와대에도 보고가 안 되는 상황이 말이 되느냐"며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는 물론, 청와대 역시 심각하다"고 질타했다.
지켜보던 김기식 민주당 의원은 "산업은행으로부터 최수현 원장, 조원동 수석과 만나 동양그룹 문제에 대한 협의를 했다고 공식 확인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국감이 중단되는 등 문제가 커지자 최 원장은 그제서야 "8월 중하순께 만나 동양에 대해 논의한 것은 사실이지만 특별히 만기를 연장해주는 등의 내용은 없었다"고 말을 바꿨다.
문제는 이 자리에 신제윤 금융위원장 역시 참석했다는 점이 뒤늦게 밝혀졌다는 점이다. 최 원장은 김기식 의원이 국감 마무리 국면에 "조원동 수석과 홍기택 회장 만났을 때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참석했냐"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민병두 민주통합당 의원은 "신 위원장이 동양사태와 관련해 청와대와는 협의한 적이 없었다고 증언했었는데, 이를 뒤집은 것"이라며 "명백한 위증"이라고 주장했다.
김기식 민주당 의원 역시 "이들의 회동과 관련해 서로 말이 달랐다"며 "11월1일 종합국감때 조원동 수석과 홍기택 회장도 함께 참석해 규명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김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조 수석과 홍 회장을 종합국감 증인으로 정식 요청했다.
◆"동양 사태 방치한 금감원 책임 크다"= 어제에 이어 의원들은 동양그룹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책임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질타했다. 증인신분으로 참석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 등의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의혹에 대해서도 질의를 이어나갔다.
김영주 민주당 의원은 2008년 이후 동양증권에 대해 이뤄진 세 차례 종합검사 후 제재조치가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의 1차적인 책임은 동양그룹에 있지만 관리감독을 허술하게 한 당국의 책임도 크다"고 말문을 연 김 의원은 “경영유의 조치, 대표이사 문책 등의 가벼운 조치가 화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이에 최 원장은 "돌이켜 보면 좀 더 확실한 조치가 취해졌어야 했는데 아쉬움을 느낀다"며 "기업 구조조정 시기 조절의 실패와 관리감독 및 제재 실효성 미흡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동양증권 인가 취소와 관련한 질의에는 "자본시장법상 중대한 조치가 내려질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동양그룹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의 위험성을 사전에 인식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금융당국을 이번 사태의 '공범'이라고 몰아붙였다.
박 의원은 "배가 위험한 해역으로 가고 있다면 방향을 바로 잡든 승객들을 구명정에 태우든 조치를 취하는 게 금감원의 역할 아니냐"며 "배를 침몰 시키려는 게 동양 경영진과 대주주였다면 이를 방치한 금융당국 역시 공범"이라고 주장했다.
동양그룹 계열 대부업체인 동양파이낸셜대부의 지주사 여부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김영환 민주당 의원의 "(동양파이낸셜대부가) 대기업인 동양의 지배회사로 돼 있는 게 맞느냐"라는 질의에 현 회장은 "완전한 대주주는 아니지만 취지로 보면 사실상 그렇다"고 언급했다.
또 금융위와 금감원 등 금융당국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금융당국이 사태를 방치해 화를 키운 만큼 내부적인 검사가 아닌 감사원 등 제3기관의 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저축은행 사태도 그렇지만 스스로 해결하는 게 가능하지 않다면 대대적인 감사를 통해 해결하는 것도 방안"이라며 "감사원 감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 원장은 향후 사태 수습과 대안에 대해 "현재 불완전판매신고센터를 통해 1만6000여건의 투자자 민원이 제기돼 있다"며 "가장 중요한 부분은 피해자 구제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감 도중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며 입을 뗀 현재현 회장은 "개인 투자자의 피해를 해소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계열사를 어떻게 팔 것인가"라며 "계열사를 팔면 상당 부분의 피해를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법정관리에 들어갔기 때문에 법원에서 할 일이지만, 제가 지금까지 해 왔고 남은 여생동안 할 일은 계열사를 파는 일"이라며 "잘 성사되도록 도와 달라"고 덧붙였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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