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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출, 전셋값 상승 주범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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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출, 전셋값 상승 주범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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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 박소연 기자, 이민찬 기자] #안산에 거주하던 직장인 강모씨는 지난달 서울로 발령이 나 전셋집을 알아보다 은행대출을 받기로 했다. 5인 가족이 살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한 집의 전세보증금이 5억원대였기 때문이다. A은행에서 3억원의 전세자금 대출을 받은 강씨는 매달 내는 월 이자만 99만원(연 3%대)에 달한다. 강씨는 "2년 만기가 되면 또 전셋값이 올라갈 텐데 걱정이다. 솔직히 지금 전셋값은 정상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지 않나. 은행에서 전세금을 지원해주기 때문에 재계약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에 사는 진모씨는 전세보증금을 올려 달라는 집주인의 요구에 고민이 많다. 2년 전 3억3000만원이었던 전세가가 최근 6억원 이상으로 높아져서다. 진씨는 2008년 당시 역전세로 싸게 들어왔지만 계속 전셋값을 올려달라는 요구에 은행 대출을 받고 있다. 매달 이자 내기도 빠듯해 불편하더라도 수도권으로 이사를 갈 생각이다.


전셋값 사상 최장기간 상승기록 경신을 앞둔 가운데 전세자금 대출이 전세금을 올리는 주범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까다로운 조건으로 대출받기가 쉽지 않았던 예전과 달리 최고 4%대 비교적 저렴한 이자로 전세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어 집주인이 올리는 대로 전세계약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보증금을 높여도 대출 지원이 되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전세가격을 올리는 현상이 되풀이된다는 설명이다.

집없는 서민에게는 꼭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저리대출이 오히려 전세 선호 현상을 부추겨 전세 계약이 끝나는 2년 뒤 전세금이 올라있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얘기다.


15일 국토교통부 및 금융계에 따르면 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는 주요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은 최근 2년 새 급격히 증가했다. 국민은행의 전세자금 대출(기금제외)은 2011년 말 5조2000억원에서 지난 해 말 8조3000억원, 올해 9월 말 현재 11조2000억원까지 증가했다. 국민은행은 올해까지 총 4조원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1월 1조4420억원이었던 전세자금 대출이 12월 말에는 2조3130억원까지 증가했고 9월말 현재 3조5117억원까지 늘어났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말 1조7284억원에서 9월 말 현재 2조1054억원까지 증가했다.


국민주택기금에서 장기 저리로 무주택 서민과 저소득 근로자에게 지원하는 근로자·서민 전세자금대출액도 지난 2008년 3조2170억원에서 2011년 4조7882억원, 2012년 4조7667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역시 9월 말까지 2조8045억원이 지원됐다. 최고 연 4% 안팎의 싼 이자로 전세자금을 빌릴 수 있다 보니 자금여유가 있는 수요자들도 전세금을 올려주더라도 집을 사지 않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전셋값 상승세는 역대 최장 기록 돌파를 앞두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전국 아파트 전세 가격이 0.26% 상승했다. 59주 연속 상승이다.


이처럼 전셋값이 고공행진하면서 시장에서는 전세자금 대출에 대한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도봉구 H공인 대표는 "전세대출을 받아서 전세에서 전세로 이동하는 수요가 많아졌고 이에 따라 전셋값도 오르게 됐다"고 말했다.목동 M공인중개소 대표는 "집을 구입할 여유가 있는 사람도 집값 상승 조짐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정부가 세입자 지원책을 잇달아 내놓고 은행들이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면서 전세로 눌러앉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대출을 받는 사람들은 전세자금 대출로 인해 전셋값이 올라간다는 말에는 동의하면서도 대출이 줄어들면 더 형편이 어려워진다며 우려하고 있다. 부천시 원미구에 사는 지모(30)씨는 "저리의 전세자금 대출이 막히게 될 경우 결국 월세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행당동에 사는 이모씨도 "집값이 바닥이라고들 하지만 여전히 매매를 하기엔 부담스러운 시세"라며 "정부가 전세금 대출 등 지원을 해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출위주 유동성확대 전략은 전셋값 급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세자금 대출은 단기적으로 현재 거주지에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전셋값이 더 오르는 부작용을 발생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급을 확대한다거나 전세 수요가 있는 사람들을 매매나 월세로 옮기는 것 등의 다른 대책들이 뒤따라야 한다"며 "수혜 계층을 보다 엄격하게 제한하는 방식으로 줄여나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부나 금융권 역시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셋값이 꼭 전세자금 대출 때문에 올랐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로 인해 전셋값이 더 올랐을 수는 있다"면서도 "서민들의 전세자금 마련을 돕기 위해 생긴 제도이기 때문에 이를 없애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전과 달리 현재 임차금액이 매매금액을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임대인이 신규든 갱신이든 임차금액을 기존보다 올리더라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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