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 미국 연방정부의 채무 한도 증액 협상 시한이 닷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 정치권은 12일(현지시간)에도 협상 타결에 실패했다.
이날 상원은 아무 조건 없이 국가 부채 상한을 올리는 법안을 상정했으나 공화당의 반대로 부결됐다. 공화당은 채무 한도를 내년 1월31일까지 한시적으로 높이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민주당 역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상원은 이날 해리 리드(네바다) 민주당 원내대표가 발의한 부채 한도 증액안을 전체회의에서 토론할지 표결에 부쳐 찬성 53표, 반대 45표로 부결 처리했다.
특정 법안 등을 본회의에서 토론하려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피하기 위해 필요한 60표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리드 대표가 제안한 내용은 현행 16조7000억달러인 국가 부채 상한을 내년 말 중간선거 이후까지 1조달러 이상 높이자는 것이다.
수전 콜린스(메인) 의원 등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은 대안으로 채무 한도를 내년 1월31일까지만 한시적으로 상향조정하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제안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백악관은 상원 표결 직후 성명을 내고 "상식적이고 깔끔한 부채 한도 증액안이 찬반 투표에서 부결된 것은 불행한 일"이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제이 카니 대변인은 "연방정부의 현금 보유가 닷새만 지나면 바닥이 나는 상황에서 의회는 당장 정부 셧다운을 끝내고 디폴트 위험 및 경제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화당 소속인 존 베이너(오하이오) 하원의장은 이날 당 의원들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백악관과 부채 상한 증액과 셧다운 해제를 놓고 벌여온 협상에 별다른 진전이 없다고 설명했다.
베이너 의장은 주말에는 백악관과 추가 협상 계획이 없다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진전된 제안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주례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셧다운 사태가 12일째 이어지고 디폴트 우려감이 확산하면서 미국 경제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 부채 상한을 올려주면 셧다운 사태는 끝난다"며 "우리(정치권)가 함께 할 일이 많다"고 공화당을 압박했다.
일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과 하원 공화당의 협상에 큰 성과가 없자 본격적인 협상 무대가 상원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리드 대표와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의 12일 회동 사실을 전하면서 이같이 분석했다.
신문은 리드 대표와 매코널 대표의 회동에서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았지만 이들이 셧다운 이후 처음 만났다는 사실에 의미를 부여했다. 매코널은 과거 재정위기 때 공화당의 해결사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공화당의 밥 코커(테네시) 상원의원은 "현재 실질적으로 중요한 대화는 매코널과 리드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리드 대표도 "합의 도출까지 가야 할 길이 멀지만 매우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매코널과의 회동을 평가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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