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동중국해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를 비롯, 중국과 주변국간 영토분쟁이 일어나고 있지만 미국의 국력 쇠진으로 중국의 역할 확대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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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원유 소비 1위국인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소비국으로 부상한 만큼 전 세계 원유의 상당부분이 지나가는 호르무즈 해협을 비롯한 중동에서 경제력에 걸맞는 책임을 수행하라는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수십년 동안 중동산 원유 수송로 치안확보를 위해 5함대 소속 니미츠급 항공모함과 이지스구축함, 잠수함 등의 자산과 수십억달러를 투자한 만큼 중국도 이 같은 책임이행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은 경제성장에 따라 중동산 원유소비량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오른데 이어 내년에는 세계 최대 수입국으로 등극할 것이라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원유 컨설팅회사인 우드 맥킨지에 따르면, 중동 국가가 회원국인 석유수출국기구(OPEC)산 원유 수입규모는 상반기 중 하루 평균 370만 배럴로 미국(350만배럴)을 앞섰다.인도가 340만배럴로 3위였다.
10년전인 2004년 미국은 OPEC산 원유를 하루 약 500만배럴을 수입했으나 중국의 수입은 약 110만 배럴에 그쳤다.
그렇지만 10년이 지난 2013년 미국의 원유수입은 하루 624만배럴인 반면, 중국은 하루 630만 배럴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중국은 경제성장에 따른 자동차 보급 증가 등으로 에너지 소비가 늘자 자체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 등 OPEC 회원국과 기타 국가에서 원유 수입을 늘렸다.
반면, 미국은 셰일 오일과 천연가스 생산이 늘면서 수입을 크게 줄였다.
미국은 셰일 오일 혁명으로 국내 원유생산이 급증해 수입량이 줄고 있지만 영국이 군대를 철수한 1970년 이후 떠맡은 책무 즉 세계 원유의 25%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치안 유지를 위해 함정과 잠수함, 80여척의 항공기를 탑재한 만재배수량 10만t급 항공모함을 파견하는 등 국제 경찰의 역할을 수행했다.
지난 수십년 동안 경제력이 급증해온 중국은 미국에 기대어 많은 덕을 봐 온 셈이다. 이 때문에 WSJ은 중국이 최근 세계 원유 수입국 1위 자리를 낚아챘다고 지적,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더해야 할 것으로 지적했다.
WSJ은 중국이 중동산 원유 최대 수입국으로 부상하면서 중국은 물론, 미국도 난처한 지경에 처했다고 전했다. 유조선이 중국의 터미널을 향해 페르시아만을 떠나면 중국은 미군 5함대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중국은 유조선을 보호하고 호르무즈해협에서 국력을 과시할 만한 군사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중국은 최초의 항공모함 랴오닝함을 실전배치하고 차세대 전투기와 미사일 구축함 배치를 늘리고 있지만 원양에서 항모와 함정 통합 운용능력이 미국을 따라잡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중국은 분쟁지역이나 해로에서 화력이나 전문 기술을 투사할 능력이 없다고 WSJ은 못박았다. 랴오닝함은 만재배수량 5만5000t으로, 자체 개발할 전투기 젠-15 46대, 조기경보기 4대,헬리콥터 6`18대를 탑재할 수 있지만 실전배치 기간이 얼마되지 않아 미국 항모 만큼의 역량을 발휘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이 때문에 미국과 중국 간의 긴밀한 공조가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중국과 미국 내에서 힘을 얻고 있다. 이란은 신형 지대함 미사일과 구축함, 잠수함 등을 속속 실전배치하면서 자국의 핵개발을 막을 경우 여차하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것이라는 위협을 가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고소의 존 알터만 중동문제 담당 국장은 “미국은 글로벌 시스템 창출을 위해 시간과 에너지,자원을 투자했다”면서 “ 중국은 글로벌 강국이 되고 있지만 글로벌 체계를 만드는데 투자를 전혀 하지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런 주장은 미국이 이란의 핵개발 저지,한국의 북핵무제, 일본의 센카쿠 열도 문제 등 신경 쓸 게 한 둘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주장은 동중국해에서 영토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일본을 비롯해 중국의 군사력 확대를 걱정스런 눈초리로 보고 있는 주변국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킬 게 분명하다. 이제 공은 중국으로 넘어갔다. 중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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