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8일 채택한 정상선언문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하거나 독자적으로 강조한 내용이 비중 있게 반영됐다. 정상회의에서 박 대통령을 보좌한 안총기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의 설명에 따르면 크게 다섯 군데에서 박 대통령의 발언이나 주장이 정상선언문에 명기됐다.
"향후 DDA 협상과 다자무역 자유화의 진전을 위한 디딤돌로서 제9차 WTO 각료회의의 실질적 성과가 긴요함을 인식함"
-APEC 정상들은 이날 공식 정상선언문과 별개로 '다자무역체제 및 제9차 WTO 각료회의 지지'라는 제목의 별도 정상선언문을 채택했다. 별도 선언문에 포함된 이 문구는 다자무역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한 박 대통령의 선도발언과 같다. 박 대통령은 다자무역체제의 확립을 위해 세계무역기구(WTO)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12월 열리는 9차 WTO 각료회의가 성과물을 내야 하며, APEC이 여기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안에 대해 거의 모든 정상들이 동조발언을 했고, 이런 분위기에서 강한 표현으로 선언문에 반영됐다고 안 조정관은 설명했다.
"개도국들이 다자무역체제에 효과적으로 통합되는 것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별도 선언문 마지막 부분에 포함된 이 내용은 박 대통령이 가장 강조한 '개도국의 역량강화'를 의미한다. 박 대통령은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를 만들기 위해선 선진국과 개도국의 역량 차이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도국을 위한 역량 강화 사업이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며, 이를 선언문에 넣기 위해 노력했다. 양 세력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수행하는 측면이기도 하다.
"제9차 각료회의 이전에 WTO 정보기술협정(ITA) 확대 협상을 조속히 타결할 것과 동 협정에 대한 참여를 확대할 것을 장려함"
-별도 선언문에 포함된 이 내용 역시 박 대통령이 WTO 역할 강화를 위해 강력히 주장해온 것이다. 9차 WTO 각료회의에서 성과물을 내지 않으면 WTO가 무역자유화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 기관이냐는 신뢰도 훼손이 생긴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타결해야 할 것 중 하나가 ITA이며, 박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했을 때 많은 나라가 동조했다고 안 조정관은 전했다.
"2015년 말까지 APEC 환경상품 목록의 관세를 5% 이하로 인하키로 한 약속의 이행을 진전시키고…"
-본 정상선언문에서 강조된 환경상품 목록 관세 인하와 관련, 박 대통령은 이를 APEC 회원국끼리에서 머물지 않고 WTO까지 확대하고 필요하면 품목도 확대할 수 있다는 적극적 입장이다. 이 내용이 선언문에 반영된 것도 박 대통령의 선도에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2016년까지 신규 보호무역조치 동결(standstill) 약속을 연장하고 기존의 보호무역조치를 철회(rollback)키로 한 약속을 재확인함"
-별도 선언문에 명기된 이 내용은 많은 APEC 정상들이 공유하고 있는 것이라 박 대통령이 '제안'했다고 하긴 어렵지만, 박 대통령이 "이것을 해야 합니다"라며 가장 먼저 거론하면서 강력히 주장한 것은 선언문 작성에 영향을 줬다고 안 조정관은 해석했다. 반면 타 정상들은 이 문제와 관련, 9차 WTO 각료회의에 초점을 맞추거나 특히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위주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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