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 등 대기업 154명, 801억 납부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올해 첫 시행된 '일감 몰아주기' 과세(증여세)에 1900억원에 이르는 세금이 걷혔다. 당초 정부가 예상했던 세액 1000억원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올해 증여세를 신고·납부한 1만명 중 삼성, 현대차 등 대기업 주주는 150여명이 포함됐으며, 이들은 전체 납부 세액의 절반가량(43%)인 800억원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8일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자진 신고 결과, 1만324명이 총 1859억원을 신고·납부했다"고 밝혔다. 당초 국세청이 올해 일감몰아주기 과세 대상자로 파악한 1만658명의 97%가 자진 신고한 것으로, 1인당 평균 1800만원을 납부한 셈이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편법으로 재산을 증여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 2011년 말 처음 도입됐다. 과세 대상은 계열사 내부거래 비율이 30%를 초과하고,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이익을 얻은 수혜법인의 보유 주식 비율이 직간접적으로 3%를 초과하는 지배주주와 그 친족(6촌 이내 혈족·4촌 이내 인척)들이다. 물론 수혜법인의 영업이익(세후)이 발생해야 한다. 이 3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일감 몰아주기로 간주돼 과세가 이뤄진다. 기업들의 2012년도 실적이 첫 과세 대상이다.
당초 기획재정부는 2011년 일감 몰아주기 과세 제도 도입 당시, 이를 통해 매년 1000억원 규모의 세수(稅收)를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 신고 결과, 이 보다 2배 가까이 더 많은 1900억원에 이르는 세금이 걷혔다.
신고자를 유형별로 보면, 자산 총액이 5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 내 주주는 전체 신고자의 1.5%인 154명이 포함됐다. 이들이 납부한 세액은 801억원으로 전체 납부세액의 43%를 차지했다. 현재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된 42곳(공기업 제외) 중 7곳을 뺀 35곳이 이번 과세 대상에 포함됐다.
또 매출 1000억원 이상의 일반법인 주주는 전체 신고자의 23%인 2332명이 776억원(전체 납부세액의 42%)을, 매출 100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법인의 주주는 전체 신고자의 76%인 7838명이 282억원(15%)의 세액을 각각 신고·납부했다.
과세 대상 기업들 중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비율은 대기업이 67.4%, 일반법인 72.3%, 중소기업 69.7% 등으로 나타났다.
법인 수로는 전체 법인 44만7000개(지난해 12월 말 기준) 중 1.4%인 약 6400곳이 이번 과세 대상에 포함됐다. 국세청은 과세 기업과 주주의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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