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위태롭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8개월 동안 큰 고비 없이 국정을 수행해오며 지지율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렸지만, 불안불안해 보인다.
당장 대선공약이었던 기초노령연금 논란을 끝내야 한다. 공약에서 다소 후퇴했지만 노인 70%에게 내년 7월부터 최대 20만원의 연금을 주는 내용의 법안을 내놓았다. 야당이 '공약 파기'라며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지만 이제 국회에서 정부안을 어떻게 손질할 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여당이 부족한 재정 문제를 얼마나 부각시켜 국민과 야당을 설득하느냐가 남아있다. 세금으로 하든 국민연금을 끌어들이든 결국 현재의 복지는 미래세대의 짐이 된다는 점을 국민들도 잘 알고 있다. 나라 곳간이 화수분이 아닌 이상에야 복지는 결국 선택의 문제다. 기초노령연금은 복지 논란의 시작일 뿐이다. 다자녀 고등학교 등록금 면제, 영유아 무상보육 등 복지 공약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또 다른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증세 논의를 피할 수 없다. 정부는 이미 세법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슬그머니 서민들에게 부담을 씌우려다가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다. 복지 수요는 늘어난 반면 재정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문제는 누구에게 세금을 더 물릴 것이냐다. 야당은 '부자감세 철회'를 줄곧 주장해왔다.
박 대통령은 최근 "고소득층의 부담을 늘려서 그 재원으로 저소득층의 세부담을 경감시켜주고 복지에 충당한다는 것이 확실한 방침"이라면서도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어서 법인세를 높이는 건 안 된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어 "(정부가) 세출 구조조정과 비과세 축소로 복지 재정을 마련하도록 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국민 공감대 아래에서 증세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증세'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박 대통령이 직접 그 가능성을 언급함에 따라 정치권에서 증세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이 이 과제들을 풀어가기 위해서는 걸맞는 장관들이 필요하다.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초노령연금을 추진하면서 "양심의 문제"라며 자리를 박차고 나온 사건은 박 대통령에게는 비수였다.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각료이자 주무부처 장관이 기초노령연금 정부안을 부정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정부안의 설득력도 그만큼 떨어졌다.
진 전 장관 사태를 계기로 개각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개각은 없다"고 했지만, 그것은 상황논리다. 정기국회 와중에 개각을 단행해 인사청문회를 열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판단이다. 대통령이 제대로 국정과제를 추진할 수 있는 손발이 있느냐를 놓고 보면 다르다. "당장 몇몇 부처 장관들을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권 내에서조차 커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기국회가 끝난 직후인 내년 1월께 중폭 이상의 개각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박 대통령은 이미 수첩을 꺼내 본인이 적어놓은 인사들을 떠올리며 개각 그림을 그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수첩 인사'가 가져온 실패를 국민들은 아직 잊지 않았다. 대통령이 수첩에 시선을 집중할 것이 아니라 더 넓은 눈과 더 큰 귀로 바라봐야 할 때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아무런 개인적인 인연이 없었던 김황식 전 총리가 역대 가장 성공한 총리로 평가받았다는 점을 상기해볼 때다.
조영주 정치경제부 차장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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