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7개월 동안 수도권 신도시 전셋값이 평균 4.4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전셋값 상승 압력에 세입자들이 밀려들어간 2기 신도시의 전셋값이 가장 높게 올랐다.
2일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7개월 동안의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을 조사한 결과 평균 3.8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역별로는 신도시 4.47%, 서울 3.51%, 경기도 3.94%, 인천 2.94% 순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판교·김포한강·광교 등 2기 신도시가 5.27% 오르며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2기 신도시 중 하나인 광교는 이 기간 무려 20.93%나 급등했다. 분당과 일산 등 1기 신도시도 4.24% 상승하며 수도권 평균을 웃돌았다.
최근 매물 부족으로 서울·수도권의 전셋값이 크게 오르고 월세전환 추세가 가속화하면서 2기 신도시의 전세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또 입주 초기 많은 물량이 일시에 공급되면서 낮게 형성돼 있던 전셋값이 재계약 시점에 크게 올라 상승률이 높게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김포 한강신도시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올 초부터 전세 수요가 크게 늘어 현재는 매물 자체가 없다"면서 "입주 초기 세입자를 못 찾아 고생하던 집 주인들이 이젠 세입자를 골라서 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경기도부동산포털에 따르면 김포한강신도시 수정마을 쌍용예가 85㎡는 2011년 7월9일 9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이 아파트 같은 평형은 지난 8월 무려 두 배나 뛴 1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전셋값 상승세는 부동산 시장의 전통적 비수기인 여름 장마철에도 지속됐다. 한국감정원의 주간아파트가격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수도권은 57주, 지방은 58주 연속 전셋값이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셋값 상승으로 인한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불안이 심각해지자 박근혜정부는 출범 이후 '4·1부동산 종합대책', '7·24 후속대책', '8·28 전월세 대책'을 연이어 내놨다. 이에 매매가격이 오름세로 전환하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지만 전셋값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향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매매보다 전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면서 "이미 높게 전셋값이 형성된 서울을 떠나 정주여건을 갖춘 신도시로 전세 수요가 집중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1일 접수를 시작한 수익·손익 모기지 상품이 한 시간 만에 접수가 끝나는 등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주택 구매 수요가 아직 남아 있다"면서 "국회가 부동산 관련 법안을 신속히 처리해 이 같은 분위기를 이어가야 전셋값도 안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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