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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韓 스포츠 기반 닦은 고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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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韓 스포츠 기반 닦은 고연전 2013 정기 고연전 열기[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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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와 연세대의 정기 고연전이 28일 막을 내렸다. 두 학교는 2승1무1패로 사이좋게 무승부를 기록했다. 연세대는 첫날 야구에서 3대 1로 이겼으나 농구에서 62대 75로 완패했다. 이어진 아이스하키에선 2대 2로 비겼다. 고려대는 둘째 날 럭비풋볼에서 20대 17로 승리했으나 축구에서 2대 3으로 졌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고연전은 장안의 화젯거리였다. 글쓴이는 1990년대까지도 고연 정기전 5개 종목의 예상 기사를 썼다. 물론 볼거리가 풍족한 요즘은 그런 기사를 보기가 힘들어졌다.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 보자. 1930년대 보성전문(고려대 전신)과 연희전문(연세대 전신)의 라이벌 대결은 국내 농구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특히 연희전문은 1936년 1월 도쿄에서 열린 전일본종합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선수단은 은퇴한 지 2년여가 지난 이성구(진명여고보 교사)를 불러들여 ‘전연전’이란 이름으로 대회에 나섰다. 연희전문은 준결승에서 일본 최강 도쿄제대를 46대 38로 꺾었고, 결승에서 교토제대를 42대 22로 대파했다.

일본에겐 꽤 당혹스런 사건이었다. 대회는 제11회 베를린 하계올림픽에 나설 대표선수를 선발하는 무대였다. 도쿄제대의 우승을 낙관한 일본 농구 관계자들은 우승팀 선수들을 대표팀에 대거 배치할 복안이었다. 연희전문의 압도적 우승은 그런 그들에게 적잖은 충격은 줬다.


마라톤의 손기정과 남승룡, 축구의 김용식이 그랬듯이 농구에서도 조선인들의 활약은 빼어났다. 연희전문 우승 주역인 이성구, 장이진, 염은현 등이 대표적이다. 국제무대에서 일장기를 달고 뛰었지만 농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첫 번째 올림픽을 누비는 영광을 누렸다.


베를린 올림픽 이후 1938년 1월 열린 전일본종합선수권대회 결승에선 보성전문이 연희전문을 43대 41로 누르고 우승을 거머쥐었다. 조선에서 온 학교끼리 결승전을 치르는 모습에 일본 농구 관계자들의 속은 매우 쓰렸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보성전문은 그해 9월 일본의 사정으로 일정을 앞당겨 치른 1939년 전일본종합선수권대회 결승에서 교토제대를 연장 접전 끝에 64대 50으로 꺾고 2연속 우승을 거뒀다. 1940년 1월 대회에선 문리대에 58대 37로 대승, 전일본종합선수권대회 3연속 우승의 위업을 이뤘다. 고려대 농구의 첫 전성기였다.


같은 시기 한반도에선 평양축구단, 경성축구단, 함흥축구단 등 도시 축구 3강의 대항전과 각종 축구 대회에서 벌어진 연희전문과 보성전문의 대결 연보전이 많은 축구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축구는 일본을 압도하는 종목이어서 조선인들은 일본인들이 즐기는 야구보다 축구를 더 좋아했다.


일제 강점기에 농구와 축구에서 라이벌 관계를 이어온 두 학교는 해방 직후인 1946년부터 정기적으로 농구와 축구 경기를 가졌다. 그리고 1956년 두 종목에 야구와 럭비풋볼, 아이스하키를 추가, 오늘날 정기전의 틀을 갖추었다.


1982년 10월 도쿄 인근 도코로자와 세이부 구장에서 열린 세이부 라이온스와 주니치 드래건스의 일본시리즈 3~5차전을 보러 갔을 때의 일이다. 주말 낮 경기가 끝나고 세이부 구장역을 출발, 이케부쿠로역을 거쳐 어둠이 깔린 신주쿠에 당도하니 수많은 젊은이들이 분수대에 뛰어드는 등 한바탕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그날은 메이지 진구 구장에서 도쿄 6대학 리그 가을철 대회 와세다대와 게이오대의 경기가 열린 날이었다. 젊은이들을 모두 두 학교 학생들이었다.


와세다와 게이오대의 라이벌 경기는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한신 타이거스의 경기와 함께 ‘전통의 일전(一戰)’으로 불릴 만큼 일본 야구팬의 많은 관심을 받는다. 일본 야구팬들에게 메이지 진구 구장은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홈구장이 아니라 ‘전통의 일전’이 벌어지는 도쿄 6대학리그의 홈구장이라는 인식이 더 강하게 박혀 있다.


2000년대 들어 연고전은 두 학교 학생들만의 축제로 의미가 크게 축소됐다. 이런저런 비판의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정기전을 바탕으로 두 학교가 한국 스포츠 발전에 크게 기여했단 사실엔 많은 이들이 공감할 것이다. 두 학교 출신들은 국가대표 또는 청소년 대표로 각종 국제 대회에서 맹활약했다. 농구의 김영기(고려대)와 신동파(연세대), 축구의 차범근(고려대)과 허정무(연세대), 야구의 최동원(연세대)과 선동열(고려대)은 한국 스포츠의 빛나는 별이다. 이들은 연고 정기전을 준비하며 기량을 갈고닦았다. 정기전 종목은 아니지만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는 고려대를 나왔고 리듬체조의 손연재는 연세대 새내기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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