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미국 예일대 로스쿨 교수인 에이미 츄아의 저서 '타이거 마더'는 미국 사회에 큰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그가 책에서 제시한 자녀 교육 방식은 모든 과목에서 A를 받아야 하고, 운동과 연극을 제외한 나머지 과목에서는 1등을 해야 하며, 피아노나 바이올린 중 하나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습해야 한다는 엄격한 룰을 적용한 것이었다. 물론 또래 아이들이 즐기는 게임이나 TV도 금지했음은 물론이다. 그녀는 책에서 중국인 엄마의 엄격한 자녀 교육 방식은 서양 엄마보다 우수하다는 주장을 펼쳐, 미국 사회를 찬반 양론으로 갈라 놓았다.
그녀의 주장은 큰딸 소피아가 하버드와 예일대 두 군데 모두에서 입학허가를 받으면서 입증되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둘째 딸 루이사가 츄아의 교육 방식에 반기를 들면서 결국 츄아도 둘째 딸에게는 자신의 교육 방식을 적용하지 못했다. 이 점에서 츄아의 교육방식은 자신의 자녀에게서조차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있다.
아이들에게 그다지 엄격하지 않은 미국인의 기준에서 보면 츄아 식의 '타이거 맘'은 충격적이겠지만 이미 이에 못지않은 '대치동 맘'이 자리 잡고 있는 한국 기준으로 보면 그다지 대단한 것은 아니다. 한국의 어린이들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영어와 수학 과외를 시작으로 피아노와 바이올린, 그리고 태권도와 수영을 배우며 일주일을 보낸다. 츄아는 자녀들의 게임과 TV 시청을 금지했다고 했지만 한국의 어린이들은 게임과 TV를 볼 시간이 아예 없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금지된다.
그런데 이런 대치동 맘 교육방식이 뛰어난 성과를 낸 분야가 있다. 그것은 여성 프로골프이다. 박세리가 미국 LPGA의 문호를 연 후 이나연, 박인비 등 한국의 여자선수들이 미국 LPGA를 휩쓸고 있다. 이들의 뒤에는 공통적으로 대치동 맘 또는 '대치동 파파'가 있다. LPGA 대회를 보면 스코어보드에 기록된 10명의 이름 중 6, 7명은 한국이름이다. 오죽했으면 미국 LPGA에서 외국선수 출전 자격에 영어시험 성적을 도입하려고 했다가 한국 선수를 배제하려는 음모라는 비난을 받았겠는가.
그러나 LPGA 같은 스포츠가 아닌 학문과 비즈니스의 세계로 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한국계 학생의 중도탈락률이 거의 30%에 육박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왜 그럴까. 한국 학생들은 부모가 없는 상태에서 자신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고 진로를 개척해 가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미국 유수 대학의 입학 사정관이 한국 학생의 선발에 주의한다는 말도 현지에서 들은 적이 있다. 미국에서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한때 이른바 '이해찬 세대'의 학력 저하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교수사회가 우려한 적이 있었지만 이런 현상은 이해찬 세대가 지나간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학생 자녀의 수강과목 선정과 수강신청을 대신해 주는 엄마가 있는가 하면, 자녀의 입사 면접시험에 동석하면 안되냐는 문의를 받은 기업의 인사 담당자도 있다. 나 역시 취업한대학생 딸의 출석과 성적을 문의하는 아버지의 전화를 받은 바 있다. 따님은 이미 대학생이고 성인이기 때문에 당사자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정중히 설명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영 뒤끝이 개운치 않았다. 이런 현상은 아이들의 인생과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오직 단기적 성과에 급급한 부모가 자초한 문제이다.
여기서 타이거 맘 방식이 좋으냐 나쁘냐가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만일 자녀에게 시행착오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타이거 맘, 창의성을 발휘하고 자녀가 주체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타이거 맘이라면 그건 쌍수를 들어 환영할 만하다.
지금 한국사회가 창의성을 화두로 온통 들끓고 있지만 정작 자녀 교육의 가장 중요한 축인 부모가 창의성에 역행하는 교육을 '타이거 맘' 방식으로 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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