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앱 유포 → 게임머니 소액결제 → 현금 환전 후 상품권으로 바꿔 중국으로
온라인게임 작업장으로 1년여만에 144억 중국으로 빼돌리기도
중국 작업장 5곳 소재파악, 국제사법공조로 중국인 총책 등 계속 수사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스미싱으로 돈을 벌기 위해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를 상대로 15만여건의 악성앱을 뿌린 조선족 일당이 검거됐다. 일부 범인들의 경우 ‘온라인게임 작업장’ 범행에도 관여해 왔으며, 이들이 ‘검은돈’을 세탁하는 과정에 문화상품권 시스템이 악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검사 조재연)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최모씨 등 스미싱사범 4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스미싱이란 악성코드를 숨긴 문자메시지를 이용해 스마트폰을 해킹한 뒤 소액결제 대금 등을 전화 주인에게 뒤집어 씌우는 신종 금융사기 범죄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올해 4월 피해자 105명의 스마트폰을 해킹해 2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악성앱 유포에 걸려든 피해자들의 스마트폰 문자메시지를 빼돌려 온라인 게임머니를 소액결제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금액은 현금으로 바꾼 뒤 이를 다시 상품권으로 세탁해 중국으로 빼돌렸다.
이들 일당이 올해 4~7월 유포한 악성앱은 14만 7822건에 달해 검찰은 실제 피해규모가 훨씬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메일 용량 초과 확인 안내, 모바일청첩장 등 악성앱 유포를 위해 동원되는 수단도 날로 지능화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인 리모씨를 총책으로 악성앱 제작·유포부터 범죄로 벌어들인 돈이 빼돌려진 장소까지 주된 범행 무대는 중국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일본과 미국에 문자메시지 관리서버를 두고 매일 저장자료를 삭제해 범죄가 발각되는 것을 피하려 했다. 대포폰과 차명계좌 등 전형적인 범죄 은폐수단도 활용됐다.
최씨 등 구속기소된 공범 네 사람은 모두 중국교포(조선족)들로 이들은 악성앱을 유포하거나, 게임 계정 생성, 상품권 매입 등을 위해 수시로 한국을 드나들었다. 검찰은 이들이 국내에 고정된 거주지가 없고 출입국이 잦아 범죄적발 및 검거에 애로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들 일당도 모두 출국 직전에 붙잡혔다.
검찰은 중국인 총책을 포함 게임머니로 검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중국 현지 업체 5곳의 소재를 파악한 만큼 중국과 국제 사법공조를 통해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자금세탁에 가담한 문모씨 등 세 사람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이른바 ‘작업장’ 범행으로 우리 돈 144억원을 중국으로 빼돌린 사실도 적발됐다. 온라인게임 시스템을 해킹한 자동사냥 프로그램으로 아이템, 게임머니 등을 끌어 모아 팔아온 것이다.
검찰은 지난해 기준 4조 5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불법인터넷 도박 시장에 게임아이템 거래 시장이 더해질 경우 사이버상의 불법 자금세탁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경우 60억 달러(한화 6조 7920억원)를 돈세탁한 혐의로 올해 5월 사이버머니업체가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검찰은 일단 현금으로 환전된 게임머니는 문화상품권의 유통 허점을 노려 손쉽게 세탁된 뒤 국외로 빼돌려져 왔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핀번호 만으로 유통되는 문화상품권의 전자발행 시스템이 불법 자금세탁 경로로 사용될 수 있는 만큼 유관기관에 제도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다.
검찰은 또 게임아이템 거래 중개업체와 문화상품권 발행·중개업체가 이들의 범행에 가담했는지 여부도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게임머니가 축적돼 악용되고 있는 사정을 해당 업체들이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고 의심했다. 일부 업체들의 경우 검찰 수사를 거치며 핀번호 만을 이용한 상품권 거래를 그만둔 것으로 전해졌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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