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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난코스 "러프만 능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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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난코스 "러프만 능사가 아니다" 박세리가 KDB대우증권클래식 첫날 7번홀 러프에 빠져 탈출 샷을 하고 있다. 사진=KLPGA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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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나가도 너무 나갔다."

배희경(21ㆍ호반건설)의 역전우승으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KDB대우증권클래식(총상금 6억원)이다. 세계랭킹 1위 박인비(25ㆍKB금융그룹)를 비롯해 최나연(26ㆍSK텔레콤)과 유소연(23), 디펜딩챔프 박세리(36ㆍKDB금융그룹)까지 쟁쟁한 해외파 스타들이 대거 출전해 관심이 쏠린 무대였다.


29일 강원도 평창 휘닉스파크골프장에서 막을 내린 이번 대회는 그러나 깊은 러프에 혹평이 쏟아졌다. 박세리는 첫날 3오버파를 작성한 뒤 "내 샷이 잘 안 된 점도 있지만 작년에 비해 코스가 어려웠다"며 "상상 이상으로 러프를 길러놨다"고 잘못된 코스 세팅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선수들이 힘들게 플레이를 하다 보니 팀이 밀리고 기다리다 지쳐 집중력까지 떨어졌고, 게임에 방해가 될 정도였다"고 했다.

16번홀(파4)은 아예 '잘못된 세팅'이라고 꼬집었다. "짧은 홀도 아닌데 드라이버를 칠 수 없는 홀이었다"면서 "러프구역을 무작정 넓히다 보니 페어웨이를 지킬 확률이 떨어졌고, 러프에 빠지면 5야드씩 레이업을 할 수도 없어 앞 조가 그린 주변에서 플레이하는 동안 기다려야 하니 밀릴 수밖에 없다"고 조목조목 따졌다. 실제 이 홀에서는 최소 3팀씩이나 밀렸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대회운영위원회는 1라운드 직후 일부 홀의 러프를 깎는 궁여지책을 동원했다.


사실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셔널과 디오픈의 악명높은 링크스 코스 등 미국의 메이저대회는 까다롭게 세팅된 코스 위에서 진검승부가 펼쳐진다. 일단 빠지면 만회가 쉽지 않은 깊은 러프와 벙커, 손대기가 무서운 유리판 그린 등이 타수를 깎아먹는 요소들이다. 국내에서도 이처럼 어려운 코스 세팅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이달 초 충남 태안의 골든베이골프장에서 열린 국내 최고 상금 규모의 '빅 매치' 한화금융클래식(총상금 12억원)은 25cm나 되는 러프가 선수들의 발목을 잡았다. 디펜딩챔프로 출전한 유소연(23)은 "러프 길이가 US여자오픈 수준"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악천후일 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두 자릿수 언더파의 우승스코어가 나오지만 이 대회는 김세영(20ㆍ미래에셋)이 친 5언더파에 불과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에 따르면 페어웨이는 랜딩지점의 폭을 25~30야드, 러프 길이는 2~4인치(5~10cm)로 권장하고 있다. 강제사항은 아니다. 답사 과정에서 코스에 관해 대회운영위원회와 상의하는 정도다. 대우증권클래식에서는 그러나 A러프가 5cm, B러프는 20~25cm에 달했다. 페어웨이는 반면 가장 좁은 곳이 20야드에 불과해 권장 사항을 모두 넘어서는 범위로 조성됐다.


선수들은 "모든 플레이어들이 같은 조건이라 어쩔 수 없지만 해도 너무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회의 권위를 위해 난코스를 조성한다는 취지지만 러프를 한없이 길러 놓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변별력이 있어야 하고 18개 홀 전체의 난이도도 서로 달라야 한다. 오거스타내셔널 11~13번홀의 아멘코너처럼 몇 개의 승부처로 기량을 테스트하는 방법도 있다.


어처구니없는 코스 조성 때문에 늘어지는 플레이는 선수는 물론이고 지켜보는 골프팬들도 지치게 한다. 선수들에게는 부상 위험도 높다. 무작정 스코어를 높인다고 권위가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어렵기만 하고 지루한 플레이가 이어지면 대회 흥행에도 도움 될 게 없다.





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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