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김세영(20)의 '3억원 잭팟'이 화제다.
8일 충남 태안 골든베이골프장에서 끝난 한화금융클래식 최종 4라운드에서 홀인원과 이글까지 작성해 극적인 우승을 일궈냈다. 국내 최대 규모인 총상금 12억원짜리 대회 우승은 특히 김세영이 순식간에 상금랭킹 1위로 올라서는 동력이 됐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총상금 대비 우승상금의 비율이 유독 높은 대회의 '몰아주기'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승자에게는 로또나 다름없지만 대다수 선수들에게는 상금랭킹 경쟁 등에서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2011년부터 시작된 이 대회는 그동안 최나연(26)과 유소연(23) 등 '해외파'의 우승으로 국내 상금순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김세영의 우승으로 사정이 달라졌다. 상금랭킹 1, 2위를 달리던 장하나(21ㆍ3억5700만원)와 김효주(18ㆍ3억5200만원)가 '희생양'이다. 2, 3위로 밀리는 동시에 격차가 커졌다. 대상포인트와 평균타수, '톱10' 피니시율 등 주요 기록 부문에서 선두를 다투고 있는 선수들이다. 지금까지 고른 성적으로 상금을 차곡차곡 모았지만 단숨에 역전을 허용했고, 오히려 추격이 어렵게 됐다.
골프대회 우승상금은 규모가 가장 큰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경우 정확하게 총상금의 18%를 준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역시 US여자오픈(18%)을 제외하고는 모두 15%, 일관성이 있다. 국내 투어는 20%로 비율이 다소 높은 편이다. 총상금 5억원일 때 1억원, 6억원일 때는 1억2000만원이다. 한화금융클래식은 그러나 25%나 됐다.
물론 KLPGA 규정상 20%, 10억원 이상일 때는 비율을 더 높일 수 있다. 문제는 엄청난 우승상금 때문에 개인타이틀 경쟁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선수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다른 대회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 이어지는 KLPGA챔피언십(총상금 7억원)과 하이트진로챔피언십(총상금 6억원)의 우승상금은 각각 1억4000만원과 1억2000만원, 빅 매치지만 상대적으로 초라하다.
스폰서들이 우승상금의 비율을 높이는 이유는 당연히 흥행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내셔널타이틀' 한국오픈이다. 총상금은 10억원이지만 우승상금은 30%에 달하는 3억원이다. 우승상금을 최대한 늘려 다른 대회에 비해 스포트라이트를 받겠다는 이야기다. 누가 봐도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이다. 전체 투어의 활성화와 상관없이 나만 잘살겠다는 시도는 곤란하다. 형평성을 깨지 않는, 노력해서 얻는 마케팅이 시급하다.
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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