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복지공약 후퇴 논란을 촉발한 정부의 기초연금 축소 발표와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국민연금과 연계해 새로 설계한 정부안이 연금가입자들에게 불리한 구조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수치를 거론하며 강하게 반박했다.
대선공약보다 지원금액과 폭이 줄어든 이유로는 경기침체와 세수부족을 꼽으며 경기 활성화와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재원 마련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상황이 나아지면 대선 때 했던 약속을 온전히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박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기초연금 축소 논란과 관련해 "어르신들 모두에게 지급하지 못하는 결과라고 생각해 죄송한 마음"이라고 국민에게 사과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가 이번 예산안에 반영한 기초연금은 충분하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을 국가가 제공하되 다음 세대에 과도한 경제적 부담을 지우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세계 경제 침체와 맞물려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세수부족이 크고, 재정 건전성도 고삐를 죄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한 상황에서 불가피했다"고 했다.
국민연금에 가입한 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 수령액이 줄어드는 구조가 결국 연금 가입자들을 역차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가입기간이 길수록 손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현재 재정상황과 세대 간 형평성,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비교적 형편이 나은 30% 어르신을 제외해 (제도를) 설계했다"며 "기초연금 대상자의 90%인 353만명이 20만원을 받게 된다. 나머지 10%는 10만~19만원을 지원받아 현행 기초노령연금보다 더 많은 금액을 수령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가입기간이 길수록 총급여액이 늘어나 더 이익이 된다"며 "어떤 경우에도 (국민)연금에 가입한 분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받게 돼 있고 연금에 가입해서 손해 보는 분은 없다"고 설명했다.
재정 상황이 나아지면 애초 공약을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것이 결국 공약의 포기는 아니다. 국민과의 약속인 공약은 지켜야 한다는 저의 신념은 변함이 없다"며 "실제 재정을 수반하는 대부분 공약은 계획대로 내년 예산안에 담겨있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 어려운 재정 여건 때문에 약속한 내용과 일정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것들도 임기 내 반드시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실적으로 실천이 어려운 공약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주장에 대해선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한국형 복지국가는 시대적 과제이자 우리나라가 가야 할 방향"이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 소득 상위 30%에 대해서도 재정여건이 나아지고 국민적 합의가 있다면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선 25일 보건복지부는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원 지급'이란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축소한 수정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모든 노인이 아닌 소득 하위 70%에 국민연금 가입 여부와 연동해 10만∼20만원을 차등 지급하는 게 주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모든 노인 20만원'이라는 공약은 현재 시점으로 65세 노인 중 59%만이 20만원을 지급받게 되는 셈이라 공약 후퇴 논란이 촉발됐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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