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K리그는 그동안 ACL에서 실력을 증명해왔다. 이번엔 우리가 K리그를 대표할 차례다. 다시 한 번 아시아에 K리그의 힘을 보여주겠다." (최용수 FC서울 감독)
FC서울이 18일 오후 7시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알 아흘리(사우디 아라비아)와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홈경기를 치른다. 원정 1차전에서 1대 1로 비긴 서울은 이번 경기에 승리하거나, 0대 0으로 비기면 원정다득점 규칙에 의해 준결승 진출에 성공한다.
2009년 현재의 본선 32강 체제가 출범한 이후, ACL은 K리그 클럽의 독무대였다. 지난 네 차례 대회에서 모두 결승에 진출, 세 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2009년 포항 스틸러스, 2010년 성남 일화, 지난해 울산 현대가 각각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2011년 전북 현대도 준우승을 차지했다. 단일 리그 5년 연속 결승 진출팀 배출이란 대회 역사상 전대미문의 기록도 눈 앞이다.
올해의 바통은 FC서울이 이어받았다. K리그 클래식 클럽 가운데 유일하게 8강에 올랐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울산 현대 역시 K리그 팀 중 홀로 8강에 진출해 우승까지 차지했다. 해외 언론과 베팅업체들도 서울을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와 더불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점치고 있다.
서울에겐 2전3기의 도전이기도 하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두 차례 ACL에 출전해 공교롭게도 모두 8강에서 한 골 차로 아픔을 맛봤다. 2009년 움살랄(카타르)과의 8강전에선 1차전 원정에서 전반을 두 골을 먼저 놓고도 후반 내리 세 골을 내주며 역전패했다. 2대 1로 앞서던 후반 22분 골라인을 통과한 안태은의 슈팅이 득점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불운이 컸다. 홈 2차전에선 상대의 '침대축구'에 휘말리며 1대 1 무승부에 그쳤다.
2년 뒤 오른 8강에선 알 이티하드(사우디)에 무릎을 꿇었다. 원정 1차전에서 상대 공세를 염려해 펼친 선수비-후역습 전략이 오히려 독이 됐다. 특유 공격적 플레이가 살지 못하며 1대 3 대패를 당했고, 홈 2차전 1대 0 승리에도 한 골이 모자라 다시 고배를 마셨다.
절치부심 끝 세 번째 도전에 임하는 각오는 남다르다. 최용수 감독은 "나 뿐 아니라 선수들도 그 어느 때보다 승리를 향한 의지가 강하다"라며 "또 다시 4강 진출 문턱에서 좌절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라고 결의를 다졌다. 아울러 "지난 실패를 통해 성공의 기회를 잡고, 또 그 성공을 통해 더 큰 성공을 바라보는 것이 나의 철학"이라며 "이번엔 자신감과 책임감을 동시에 갖고 반드시 승리를 따내겠다"라고 다짐했다.
전력 면에서도 서울이 유리하다. 간판 공격수 데얀(데얀 다미아노비치)과 몰리나(마우리시오 몰리나)가 최근 물오른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고, 하대성 고요한 윤일록 등 대표팀 3인방도 건재하다. 1차전 경고 누적으로 결장했던 수비수 아디도 돌아온다. 반면 알 아흘리는 적잖은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당장 석현준이 중족골 부상으로 이번 원정에서 제외됐고, 사우디 리그 득점왕 출신 빅토르 시모스도 출장 여부가 불투명하다.
하지만 상대는 지난 대회 준우승을 차지한 저력이 있는 팀. 특히 브라질 출신 미드필더 브루노 세자르는 경계 대상 1순위. 홈 이점과 전력 우세 등에도 방심하지 않겠다는 서울이다. 최용수 감독은 "민족 최대의 명절을 앞두고 경기를 한다"라며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고, 역시 수확물을 K리그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전성호 기자 spree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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