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출자 '메스 대기', 財·與·野 충돌
재계 "14조6000억 비용...경영권 위협" 반발
與ㆍ정부 "신규만 금지...기존은 그대로 유지"
민주당은 "3년 내 해소 의무화" 주장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경제민주화법으로 일컬어지는 순환출자 금지 법안은 올 정기국회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이 예상되는 법안이다. 정치권은 경제민주화법으로 꼽히는 순환출자 금지 법안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포함시킴으로써 적은 지분만으로도 그룹 전체를 장악하는 대기업그룹의 현재 지배 구조를 개선하려 하고 있다.
순환출자란 A기업은 B기업에, B기업은 C기업에, C기업은 다시 A기업에 출자하는 것을 뜻한다. 국내 대부분의 그룹들이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그룹 총수들이 10% 안팎의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장악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방식을 통해서였다.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순환출자 금지 법안은 4개다. 논란의 핵심은 기존 순환출자를 점진적으로 해결할 것인지, 법률로 일정시한을 정해 해소할 것인지 여부다. 민주당의 김영주 의원과 김기식 의원은 각각 기존 출자분에 대해 3년 내 순환출자를 해소해야 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은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되 기존 순환출자의 경우 의결권을 제한시키는 것을 주용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그대로 유지한 채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 안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과 유사해 새누리당 당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들 법안은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심사 중이다.
순환출자 금지와 관련해 공정위는 부분적인 찬성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정위는 신규 순환출자 금지의 경우 특별하게 투자 위축이 발생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러나 기존 순환출자는 한꺼번에 정리하려면 많은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에 공시 의무 등을 부과함으로써 사회적 압력을 통해 점진적으로 해소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공정위는 2008년 이후에도 순환출자가 69건 이뤄졌다며 서둘러 신규 순환출자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재계는 그동안 유지돼 왔던 순환출자를 해소할 경우 현 경영진은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서 막대한 금액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권 방어에 나서지 않을 경우 외국계 투기 자본 등으로부터 인수합병 위협에 놓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재벌닷컴은 지난달 7월 국내 6대 재벌(삼성, 현대차, 롯데, 현대중공업, 한진, 한화)이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총 14조6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의 해소비용은 4조3290억원, 현대차는 6조86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6대 그룹이 순환출자 해소를 넘어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에는 27조641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더욱이 이들 6개 기업 외에도 자산 총액 5조원이 넘는 동부, 대림, 현대, 현대백화점, 영풍, 동양, 현대산업개발, 하이트진로, 한라 등이 대기업도 순환출자 규제 대상이다.
전경련은 순환출자 금지 법안이 시행되면 기업들은 연구개발(R&D)과 운영을 위한 투자보다 지분을 늘리기 위해 자본을 더 투입하게 되고 이는 곧 투자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순환출자 금지 법안과 관련해 정무위 법안심사소위 가장 최근 회의에서는 민주당 측 의원이 신규 순환출자만이라도 금지하는 경우에도 "의미가 있다"고 밝히는 등 전향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기존 순환출자의 규제 필요성을 민주당 소장파에서 제기하는 만큼 여전히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