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사제폭탄 등 불법무기 사용에 대해 언급한 가운데 실현가능성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3일 국회 체포동의요구서에 첨부된 범죄사실에 따르면 이 의원이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지하혁명조직(Revolution OrganizationㆍRO) 회합에서 참석자들에게 "인터넷에 보스턴 테러에 쓰였던 이른바 압력밥솥에 의한 사제폭탄 매뉴얼이 있다"며 총기 마련과 기간시설 파괴 등을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의원은 지난 5월12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종교시설에서 열린 RO 회합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한 자루 권총 사상이다. 이 한 자루의 권총이 수만 자루의 핵폭탄보다 더한 가치가 있다"며 총기와 관련한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이 의원이 언급한 압력밥솥폭탄은 지난 4월 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 결승선 근처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압력밥솥폭탄은 이미 국제적인 테러조직은 물론 개인 테러리스트들이 사용하는 사제폭탄이다.
압력밥솥폭탄은 장약을 솥 안에 채워 넣고 뇌관을 뚜껑 부분에 설치하는 식으로 만들어졌다. 장약으로는 질산암모늄이나 화약 성분인 RDX 등이 사용되고 뇌관은 시간에 맞춰 폭발을 시켜주는 디지털시계나 휴대전화 등을 이용한다. 보스턴 마라톤대회 당시 터진 압력밥솥폭탄의 폭발물은 금속과 볼베어링이 담겨 있는 6ℓ짜리 압력솥과 못이 가득 담겼다.
불법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사제총의 경우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사냥총, 서바이벌총 등을 개조하는 경우와 설계도를 보고 처음부터 제작하는 방법이다. 개조하는 총기류의 경우 사냥총, 서바이벌총 등의 공기압력만 상승시키면 된다. 개조가 쉽다보니 일반인들이 가장 쉽게 접근하는 방법이다. 개조방식과 달리 설계도면을 보며 사제총을 제작하는 경우는 살상력이 강해 더 위험한 방식이다. 국내 P2P 사이트 등에서는 구소련의 자동소총인 AK47이나 칼빈 소총 등의 도면이 떠돌기도 한다.
방통심의위는 2010년부터 지난 4월까지 온라인에 화약·폭발물 제조정보 76건을 발견해 온라인서비스사업자에게 시정을 요구했다. 현행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은 △화약류를 제조하고자 하는 자는 경찰청장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으며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화약류의 소지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현재 경찰청에 등록된 총기사용 등록자는 18만7000여명에 달한다.
한편, 이 의원이 발언한 '한 자루의 권총'은 6ㆍ25전쟁 중이던 1953년 11살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고사령부 작전실에서 아버지 김일성 주석으로부터 물려받은 권총을 말한다. 결국 한 자루의 권총이 갖는 의미는 대를 이어 '선군의 기치'를 이어가겠다는 북한 3대 세습 지도자들의 의지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의 조선중앙방송은 2010년 8월25일 선군절을 맞아 방영한 '텔레비전기념무대'에서 한 자루의 권총에 대한 의미를 상세히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김정일 위원장은 언젠가 류경수제105탱크사단을 찾았을 때 군인들에게 붉은 천에 싼 한 자루의 권총을 내놓으면서 김 주석에게서 11살 때 받은 권총으로 "만경대 가문인 애국의 뜻이 어린 뜻깊은 총"이라고 말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이 총을 품고 사격장에 나서니 대를 두고 싸워서라도 금수강산 삼천리에 양춘이 찾아올 때 독립만세를 불러달라고 하시던 김형직(김정일 조부) 선생님의 원대한 뜻과 최고사령부 작전실에서 이 총을 넘겨주시면서 하시던 수령님(김일성)의 당부가 더더욱 가슴에 새겨진다"고 말했다고 한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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