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6개 시중은행이 일제히 출시한 '목돈 안드는 전세대출Ⅱ'가 1주일이 지나도록 변변한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은행별로 1주일 동안 대출이 실행된 사례는 아예 없거나 1건 정도에 불과한 상황이다. 정부의 전ㆍ월세 대책 중 하나로 도입됐지만 시장의 반응은 아직 냉랭한 셈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출시한 '목돈 안드는 전세대출Ⅱ'가 좀처럼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을 기준으로 이 상품을 내놓은 6개 은행 중 국민ㆍ신한ㆍ우리은행 등에서는 취급 실적이 1건에 그쳤고 하나ㆍ기업ㆍ농협은행 등에서는 아직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
'목돈 안드는 전세대출Ⅱ'는 부부 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가구를 대상으로, 보증금 반환청구권을 은행에 양도하는 대신 대출금의 금리를 낮추고 한도를 늘린 것이 골자다. 전세금 3억원 이하(지방은 2억원 이하)인 임대차 계약이 해당되며 최대 2억66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금리는 연 3% 중반에서 4% 후반 사이에서 결정된다.
전세대출의 경우 잔금지급일에 맞춰 대출이 실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1주일만의 실적으로 성패를 가늠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은행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집주인의 동의를 얻어 보증금 반환청구권을 은행에 양도해야 한다는 점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 상품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집주인이 은행에 방문해 보증금 반환청구권 양도 특약에 동의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도 전세를 찾는 임차인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번거로움과 꺼림칙함을 감수하는 집주인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임차인들은 이 전세대출에 관심을 보이고 상담 문의도 꾸준히 들어오고 있지만 집주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점에 난색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며 "국민주택기금 등 다른 대안도 있어 활성화가 더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목돈 안드는 전세대출Ⅱ'의 부진에 따라 이달 중 출시될 예정인 '목돈 안드는 전세대출Ⅰ'에 대한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전세 재계약을 대상으로 하는 이 대출의 경우 집주인이 직접 자신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대신 세제 지원을 받고 세입자가 대출에 대한 이자를 은행에 대신 내는 방식이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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