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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무엇을 위해 사업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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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무엇을 위해 사업하는가 김도현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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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대학에서 일하기 시작한 초기, 창업론의 첫 강의시간에 포브스지에 나오는 부자 순위를 화면에 띄워놓곤 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세상의 큰 부자들은 선대로부터 막대한 부를 상속받거나 창업을 한 사람, 딱 두 가지 종류로만 나뉩니다. 그 화면을 통해서 저는 학생들을 자극하고 싶었습니다. 큰 꿈을 꾸고 있다면 창업을 생각하라고 말이지요. 그러나 저는 더 이상 그 자료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창업은 경제적 욕망을 넘는 그 어떤 꿈으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더 강조해야 한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꽤 유명한 '와이- 컴비네이터'라는 미국의 벤처육성 기업이 있습니다. 가능성 있는 창업자들에게 초기 자금과 사업에 필요한 인맥, 조언 등을 제공하는 기업인데, 워낙 유명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어서 이곳에 발탁되는 기업들은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 기업이 며칠 전 처음으로 비영리기관에 투자(정확히는 기부입니다)한 소식이 화제입니다. 왓시(WATSI)라는 기관이지요.

이 기관을 설립한 체이스 아담이라는 젊은이는 코스타리카로 봉사를 하러 갔다가 거리에서 아들의 병원비를 구걸하던 한 여인을 만납니다.(왓시는 그 마을의 이름입니다) 그 여인의 소식이 본국에 있는 자신의 친구들에 닿는다면 아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그를 안타깝게 했습니다. 체이스 아담은 그 안타까움의 힘으로 전 세계의 아픈 이들을 위한 소액 기부 플랫폼, 왓시를 만들어냅니다. 후원금 가운데 일부를 운영비로 사용하는 다른 기관들과 달리 왓시는 후원금 전액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되도록 하는 혁신적 사업 모델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엔 제 친구 이야기입니다. 유엔과 맥킨지를 거치면서 화려한 경력을 쌓던 토시 나카무라는 동티모르와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의 농촌지역에서는 아주 기본적인 기술이 부족해서 삶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우물을 판다거나, 소규모 태양열 발전과 같은 기술적 활동은 대부분 선진국가에서는 공대 재학생도 해낼 수 있는 일인데, 지구의 많은 곳에서는 꿈도 못 꾸고 있다는 것이 그에게는 너무 황당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그는 '코퍼니크'(코페르니쿠스는 폴란드 사람이고, 폴란드에서는 그를 이렇게 부른답니다. 토시의 부인이 폴란드 사람입니다)라는 전 세계적인 적정 기술이전 플랫폼을 만들어냅니다.

컬럼비아 법과대학을 졸업한 신참 변호사 이야기도 있습니다. 앤드루 양이라는 이 변호사는 남들에게 알리지 않던 꿈을 품고, 변호사의 길을 걷어차고 험난한 창업자의 길을 선택합니다. 10여년 동안 여러 회사를 창업하고 매각하면서 부를 축적한 그는, 드디어 2011년 '벤처 포 아메리카'라는 단체를 만듭니다. 이것이야말로 그의 꿈이었던 것이지요.


이 단체는 우수한 대학 졸업생들에게 가장 낙후된 지역에서 일하도록 지원하는 일을 합니다. 뉴올리언스나 디트로이트처럼 미국에서 쇠락해가는 지역에서 창업하거나 초기 기업에서 일하도록 등을 떠미는 것이지요. 놀랍게도 컨설팅이나 투자은행에 갈 법한 전도유망한 젊은이들이 이 프로그램에 앞다퉈 지원하고 있습니다.


체이스 아담, 토시 나카무라, 그리고 앤드루 양과 같은 창업자들의 사례는 결코 드문 예외가 아닙니다. 많은 창업자들이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말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과정에서 돈을 벌게 된다면 더욱 기쁘겠지만, 돈을 위해 인생을 거는 건 아니라고 그들은 말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걸 삶으로 증명해내고 있지요. 저는 창업수업 첫 시간에 부자 순위를 강조하는 대신 학생들에게 권합니다. 심장이 말하는 걸 귀 기울여 들어 보자고요.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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