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여름 미국 과학정책계에 새우 한 마리가 화제가 되었다. 새우가 물속에 장치된 작은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는 과학 실험이 세금을 낭비한 대표적인 사례로 여론을 달군 것이다. 포브스에서는 세금을 가장 바보같이 써버린 사례로 들면서 과학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무려 50만달러의 연구비를 지원했다고 비판했다. 전미은퇴자협회(AARP)에서도 정부가 의료보험과 연금을 축소하면서 쓸데없는 과학프로젝트에는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붓는다는 광고를 내보냈다.
'달리는 새우' 연구가 처음 주목을 받은 것은 2011년 4월 코번 오클라호마 공화당 상원의원이 연방정부의 대표적 연구지원기관인 국립과학재단(NSF)을 비판하는 보고서에서였다. 두 번이나 암을 이겨낸 의사로서 누구보다 질병 극복 등 과학기술의 혜택을 잘 알고 있는 상원의원이 연구개발 예산 삭감안을 자꾸 만들어낸다는 것이 역설적이다.
공교롭게도 국립과학재단 창립 60주년에 발간된 이 보고서에서는 재단이 그동안 지원한 '의심쩍은' 연구프로젝트를 소개했는데 그중 하나로 "새우가 러닝머신에서 얼마나 오래 달릴 수 있는지"가 들어 있었다. 연구 결과는 한마디로 건강한 새우가 병든 새우보다 더 오래 달린다는 것인데 이렇게 당연한 결과를 밝히는 데 공공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도 한심하지만 사람의 건강 증진에 투자해도 모자랄 돈을 왜 새우의 건강을 연구하는 데 쓰는지 황당하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정말로 남자애는 트럭 장난감을 더 좋아하고 여자애는 인형을 더 좋아하는지(애를 키워보면 누구나 알 수 있지 않나), 왜 선거일에 사람들이 투표하는지(그걸 몰라서 묻나) 등 언뜻 보기에 굳이 막대한 돈을 들여 연구할 가치가 없는 프로젝트를 다수 언급했다.
그런데 정작 이들 연구를 진행한 연구자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연구가 억울하게 와전된 것이었다. 새우 연구는 환경오염이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프로젝트의 일부로 해양 생물이 오염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는지 알아내는 데 핵심적인 단서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또 실제 수중 러닝머신 실험은 1000달러밖에 들지 않았다. 성별에 따른 어린이들의 장난감 선호도 연구도 아직 말을 배우기 전, 즉 후천적인 요인이 우세하기 전에 성차가 존재하는지 밝히는 것으로, 특정 분야나 직업군에 여성 비율이 현저히 낮은 것이 어느 정도 문화나 제도와 같은 환경 탓인지 규명하는 데 중요한 정책적 함의를 지니고 있었다.
가십성 에피소드로 치부할 수 있는 러닝머신 새우 소동은 작금의 과학기술정책이 당면한 중요한 도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선ㆍ후진국을 막론하고 과학기술 연구개발 예산은 미래에 대한 투자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전 세계적 경제불황이 장기화하면서 과학기술 투자 역시 비판적인 시선에 놓이게 됐다. 특히 당장 실용화, 상용화되기 어려운 기초연구의 경우 '언젠가는' 산업적 응용이나 사회경제적 혜택으로 이어지리라는 막연한 기대로 투자를 정당화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수십만 명이 직장을 잃고 거리로 내몰리고, 아무리 스펙을 쌓아도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어렵고, 월화수목금금금 일해도 모자란 사회에서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가 어떻게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지 과학자들도 나름대로 스토리를 갖고 있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실험실에서 제대로 연구하는 것도 벅찬데 자신의 연구가 도대체 무슨 사회적 의미가 있는지 고민하라는 것이 연구자들에게는 무리한 요구이나, 공공 연구비를 받는다면 납세자들에게 혈세가 허투루 쓰이지 않는다고 안심시킬 필요가 늘어난 건 사실이다.
김소영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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