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서울 한복판이 '슬럼화'되고 있다"…'빈집 텅텅' 뉴타운 열풍의 상흔[13만 빈집리포트]②

시계아이콘02분 31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글자크기

2012년부터 393곳 정비구역 해제
빈집 226가구 양산돼
주거환경으로 슬럼화 막아도 역부족
지자체 철거로 확산부터 막아야

편집자주'1만7603가구'. 서울과 경기·인천에서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의 수다. 전국 단위로 확대하면 그 수는 13만4009가구로 늘어난다.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고 알려진 도심지역에서 빈집의 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도심 빈집은 곧 폐가로 변한다. 집의 형체는 남았으나 사람이 살 수 없는 좀비 주택이 된다. 특히 이런 빈집은 한 번 생기면 전염병처럼 퍼진다. 빈집의 확산은 우범지역을 형성하고, 유령 마을로 전락할 계기를 마련한다. 아시아경제는 도시 곳곳에 퍼져있는 빈집 문제를 조명하고 예방과 관리 방안까지 5회에 걸쳐 제시하고자 한다.
"서울 한복판이 '슬럼화'되고 있다"…'빈집 텅텅' 뉴타운 열풍의 상흔[13만 빈집리포트]② 서울 종로구 충신1구역에 위치한 낡은 2층 주택 사이로 고층 빌딩이 보인다. 이지은 기자
AD

도심 빈집 확산은 무분별한 정비구역 지정과 해제에서 비롯된다. 고령화와 인구감소 등 인구 구조 변화에 따라 생겨나는 농촌의 '사회적 빈집'과는 다른 현상이다. 정비사업의 지연이나 해제로 인해 사람이 빠져나가면서 생긴 빈집들이다. 사업이 멈추면서 원주민과 이주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게 되고 새로운 정비사업도 추진하기 어려워진다. 깨진 유리창에 금이 계속 생기듯, 빈집이 번져나가게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을 강화해 빈집을 처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대책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서울 한복판이 '슬럼화'되고 있다"…'빈집 텅텅' 뉴타운 열풍의 상흔[13만 빈집리포트]②
뉴타운 열풍의 상흔…정비구역 해제 후 빈집 속출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뉴타운을 무분별하게 지정하고 해제하는 과정에서 마을에 중병이 들었다"며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마을의 집들은 사람이 떠나고 관리가 중단되면서 빠르게 노후화한다"고 22일 지적했다.

"서울 한복판이 '슬럼화'되고 있다"…'빈집 텅텅' 뉴타운 열풍의 상흔[13만 빈집리포트]②

서울시는 2012년부터 '뉴타운·재개발 사업 출구전략'을 통해 당시 서울 내 정비구역 683곳 중 393곳을 해제했다. 주민 결정에 따라 해제된 일반 해제지역이 279곳, 시가 직권 해제한 곳이 114곳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당시 무리하게 추진한 뉴타운 사업이 주민 간 갈등을 야기하고 투기 광풍을 낳자 내린 판단이었다. 2012년 당시 서울에 지정됐던 뉴타운·정비사업 대상지는 총 1300곳으로, 이 중 305곳(35개 지구)이 이 시장 재임 중 지정됐다.


뉴타운 출구전략에 따른 대가는 혹독했다. 서울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19년 서울 내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사업지 중 103곳을 현장 조사한 결과 226가구의 빈집이 생겨난 것으로 나타났다. 1가구 이상 빈집이 생겨난 구역은 38곳에 달했다. 전체 빈집의 55.3%(125가구)의 경우 4개의 구역(종로구 옥인1구역·충신1구역·사직2구역·성북구 성북4구역)에 모여 있다.

"서울 한복판이 '슬럼화'되고 있다"…'빈집 텅텅' 뉴타운 열풍의 상흔[13만 빈집리포트]②
주거환경 개선 vs 재개발 다시 추진…주민 갈등에 빈집 해결 요원

빈집이 퍼지면서 마을이 슬럼화하자 시는 다시 해당 지역을 '주거정비촉진지구'로 지정했다. 공공이 직접 인프라를 정비해 노후 주거지의 기반시설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총 60개소가 주거환경개선사업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서울 한복판이 '슬럼화'되고 있다"…'빈집 텅텅' 뉴타운 열풍의 상흔[13만 빈집리포트]② 서울 종로구 충신1구역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늘어선 주택. 충신1구역 내 빈집 대다수는 2m 미만 골목길을 연접하고 있는 접도불량 필지에 위치해있다. 이지은 기자

기반시설이라도 개선하려는 노력이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좁은 골목길에 인접한 주택이나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집들이 많아 기반시설을 개선한 것인지 모르는 집이 태반이다. 충신1구역의 경우 윗마을과 아랫마을이 각각 2019년과 2016년 환경개선지구로 지정돼 계단 정비가 이뤄졌다. 그러나 주민들은 여전히 빈집 방치와 소방차 진입 불가 같은 문제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한복판이 '슬럼화'되고 있다"…'빈집 텅텅' 뉴타운 열풍의 상흔[13만 빈집리포트]②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정비사업을 추진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보다 사업 속도를 내기는 더욱 힘들다. 장기간 사업이 미뤄지면서 주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충신1구역의 경우 2021년 재개발추진위원회가 설립됐으나 이후 추진위가 2곳으로 양분되면서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추진위 관계자는 "종로구청에서는 추진위를 하나로 통일해 주민 동의서를 모으면 전향적으로 (정비사업을) 검토하겠다고 하나 주민들 간 의견 충돌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정비사업이 좌초되는 가장 큰 원인은 주민 간 합의 부재"라며 "사업성이 낮고 갈등이 많은 구역에 대해 공공이 지원할 수 있는 자원과 인력은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미 생겨난 빈집…지자체 철거로 응급조치 나서야

전문가들은 재개발 추진 과정에서 이해당사자 간 갈등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기에 슬럼화를 막기 위한 선제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깨진 유리창 이론에 따르면, 빈집 한 채를 방치하면 그 주변으로 폐가가 확산한다"며 "지자체가 빈집 철거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빈집이 밀집된 지역을 우선정비구역으로 지정해 지자체가 집중적으로 철거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각 지자체는 '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소유자에게 철거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추고 있다. 명령 불이행 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거나 직권 철거도 가능하다.


"서울 한복판이 '슬럼화'되고 있다"…'빈집 텅텅' 뉴타운 열풍의 상흔[13만 빈집리포트]②

그러나 시에서 직권 철거한 사례는 없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용산구 내 3개 구역을 빈집밀집구역으로 지정했지만 별도의 관리 조치는 하지 못했다. 아시아경제 취재 결과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2018년 이후로 7년간 빈집을 직권 철거한 자치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이행강제금의 경우 성동구가 지난해 부과한 2건(총액 89만원)이 전부였다.


각 지자체에서는 모호한 법령과 소유주와의 법적 분쟁을 우려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법에는 안전 우려가 있는 빈집에 한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게 돼 있지만, 기준이 모호해 자치구별 판단이 다를 수 있다"며 "또 소유주 동의가 없다면 철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AD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자체가 철거에 나서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소유주와 법적 분쟁을 꼽을 수 있다"며 "지자체의 철거 판단에 강제성을 부여하되 공무원이 소송에 휘말릴 시에는 국가가 보호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06.1114:00
     송인수 "채용을 바꿔야 교육이 바뀐다"
    송인수 "채용을 바꿔야 교육이 바뀐다"

    "출신 대학을 보고 채용하는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도 없다." 송인수 교육의봄 대표는 아시아경제의 인터뷰에서 "기업이 채용할 때 지원자의 능력보다 '출신학교'를 보고 뽑기 때문에 학벌 경쟁이 벌어지고, '학벌'을 얻기 위해 사교육비 폭증이 생기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2020년 창립한 교육의봄은 대한민국 교육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학벌 없는 채용'이 핵심이라고 보고, 기업의 채용 변화에 나

  • 25.06.1114:00
     윤지관 "대학 특성화로 서열 구조 타파해야"
    윤지관 "대학 특성화로 서열 구조 타파해야"

    "대학 특성화를 통해 지방 대학을 살려야 서울 중심 대학 서열 체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윤지관 대학문제연구소 소장은 아시아경제와 만나 "서울 중심의 대학 서열 구조는 교육을 넘어 저출산의 원인이 되는 한국 사회의 근본적 문제"라고 말했다. 2014년 설립된 대학문제연구소는 대학 문제가 고등교육만이 아니라 인구, 사회불평등구조, 국민복지, 지역균형발전 문제 등 국가 의제와 맞닿아 있다는 인식 아래 해법을 연구해

  • 25.06.1114:00
     남궁지영 "정권 변해도 교육 정책은 백년가야"
    남궁지영 "정권 변해도 교육 정책은 백년가야"

    수능 응시자 3명 중 1명은 N수생인 시대다. N수생 증가는 수능 대비를 위한 사교육 증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교육 불평등 확대 등의 부작용을 낳는다는 점에서 개선되어야 할 대표적인 교육 문제로 꼽힌다. 최근 N수생 실태를 조사한 남궁지영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잦은 입시 정책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야말로 교육 개혁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남궁 연구위원은 "2019년 조국

  • 25.06.1015:00
     벤 넬슨 "입시, 대학 자체 기준으로 뽑아야"
    벤 넬슨 "입시, 대학 자체 기준으로 뽑아야"

    "한국의 대학 입시 제도 개혁을 위해서는 모든 대학이 '하나의 시험'으로 인재를 선발할 게 아니라, 각 대학이 원하는 인재상에 따라 자율적으로 뽑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벤 넬슨(Ben Nelson) 미네르바 대학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아시아경제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대학별로 자체적인 입학 기준을 가져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넬슨 설립자는 대학의 인재 선발 확대가 수험생(학생)들이 자신에게 적합

  • 25.06.1015:00
     양오봉 "국가교육委 역할과 권한 강화해야"
    양오봉 "국가교육委 역할과 권한 강화해야"

    양오봉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전북대 총장)은 '입시 지옥'으로 대변되는 한국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의적인 토론형 교육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양 총장은 아시아 경제 인터뷰에서 "초등학교 교육부터 대학 교육까지 지식 전달식(주입식)으로 교육이 이뤄지는 것이 문제"라고 짚으면서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교육보다는 암기, 지식 전달 위주의 교육이 아직도 개선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양 총장은

  • 25.06.1408:00
    트럼프가 가로막은 하버드 유학…美 대학 전역으로 퍼지나
    트럼프가 가로막은 하버드 유학…美 대학 전역으로 퍼지나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대학교를 겨냥한 전방위적 압박에 나서면서 전 세계 유학생들 사이에 큰 혼란이 일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중국 공산당과의 연계를 문제 삼고 있지만, 실제로는 하버드대의 진보적 성향과 반유대주의 시위에 대한 정치적 공세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몇 주간 세 차례에 걸쳐 하버드 대학교 유학생 등록을 막고 비자 발급을 취소하려 했지만, 매번 미국 연방법원의 제동에 부딪혔다. 하

  • 25.06.1109:50
    강원택 "국민의힘 한심, 다투는 것도 한가로워"
    강원택 "국민의힘 한심, 다투는 것도 한가로워"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부 교수가 아시아경제 시사 유튜브 채널 'AK라디오'에 출연해 "이재명 정부의 첫인사는 무난했다. 문재인 정부 첫인사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지난 10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충무로 아시아경제 스튜디오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강 교수는 "당장은 경제가 급하지만, 이 대통령이 국가의 장기 발전과 관련한 인프라를 깔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입법권이 사법권을 침해하는 듯한 모양새를 연

  • 25.06.0707:30
    美 월가 새 경제용어, '타코'에 트럼프가 격분한 이유
    美 월가 새 경제용어, '타코'에 트럼프가 격분한 이유

    최근 미국 월가에서 '타코(TACO)'라는 신조어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멕시코 음식 타코가 아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하는 관세 정책을 비판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장에서 이 용어를 사용한 기자에게 "무례하다"며 강하게 반발한 가운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하는 영상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월가의 신조어 타코는 'Trump Always Chicken

  • 25.06.0517:15
    ②박명호 교수 "이 대통령 과반 못 넘은 것 항상 유의해야"[AK라디오]
    ②박명호 교수 "이 대통령 과반 못 넘은 것 항상 유의해야"[AK라디오]

    5일 오전 9시 아시아경제 유튜브 채널 'AK라디오'에 출연한 박명호 동국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은 기회와 위기 요인을 동시에 갖고 있다"며 "단기보다는 중장기를 준비하는 리더십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보수의 키맨은 이준석·한동훈이 될 것"이라면서 "총선이 많이 남아 있어 국민의힘의 변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선 결과가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승부는 이미 결정된 선거였다. 기본적

  • 25.06.0417:35
    ①김만흠·채진원"대선 결과는 계엄 심판, 독주 견제"[AK라디오]
    ①김만흠·채진원"대선 결과는 계엄 심판, 독주 견제"[AK라디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1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됐다. 이재명 후보는 49.42% 득표율을 기록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41.15%),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8.34%),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0.98%)를 제쳤다. 4일 오전 9시 아시아경제 유튜브채널 'AK라디오'에 출연한 김만흠 전 국회 입법조사처장과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계엄에 대해 심판하면서도 이재명 후보가 과반을 얻지 못하고 김문수 후보와의 격차가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