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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려받은 집? 그 동네선 안 살아요"…젊은 사람들 다 빠져나간 도심[13만 빈집리포트]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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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도시, 원도심에 빈집 양산
인구 감소에 재개발 무산 맞물려
'도시갈아타기'에 원도심 쇠퇴 가속화
신도심 개발 이익 거둬 분배해야

편집자주'1만7603가구'. 서울과 경기·인천에서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의 수다. 전국 단위로 확대하면 그 수는 13만4009가구로 늘어난다.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고 알려진 도심지역에서 빈집의 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도심 빈집은 곧 폐가로 변한다. 집의 형체는 남았으나 사람이 살 수 없는 좀비 주택이 된다. 특히 이런 빈집은 한 번 생기면 전염병처럼 퍼진다. 빈집의 확산은 우범지역을 만들고, 유령 마을을 양산한다. 아시아경제는 5회에 걸쳐 서울과 중소도시를 엄습한 빈집 문제를 조명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저 앞집은 주인 어르신이 돌아가신 지 꽤 됐어요. 자녀들이 물려받았다던데 몇 년째 비워두고 있네요."
"물려받은 집? 그 동네선 안 살아요"…젊은 사람들 다 빠져나간 도심[13만 빈집리포트]③ 인천 미추홀구 주택가에 흉물스럽게 망가진 주택이 방치되고 있다. 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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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찾은 인천 미추홀구 주안4동. 한 70대 주민이 단독주택을 가리키며 혀를 찼다. 오랜 기간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주택 난간에는 전깃줄이 엉켜있었다.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해당 건물은 2020년 이후 줄곧 빈집 상태다. 지역주택조합에서도 주민 동의서를 받고자 현 소유주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지역주택조합 관계자는 "집을 관리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팔려는 것도 아니다"며 "이대로 방치하면 세금을 물어야 한다고 안내해도 감감무소식"이라고 토로했다.


빈집은 이곳뿐만이 아니었다. 마을 중턱으로 향하자 3층 규모의 다세대 주택 한 채가 모습을 드러냈다. 6가구가 모여 살 수 있는 규모였지만 출입문은 쇠사슬이 채워진 채 굳게 닫혀 있었다. 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은 "건물에 불이 켜지지 않은 지 꽤 됐다"며 "한 동 전체가 빈집이 된 듯하다"고 말했다.


"물려받은 집? 그 동네선 안 살아요"…젊은 사람들 다 빠져나간 도심[13만 빈집리포트]③ 인천 미추홀구 일대 한 3층짜리 다세대 주택이 방치되고 있다. 윤동주 기자

최근 광역시와 중소도시에는 이런 형태의 빈집이 생겨나고 있다. 원도심의 인구가 새로운 인프라가 들어선 도시 외곽의 신도심으로 빠져나가며 원도심이 흡사 도넛과 같은 형태로 비워지고 있다. 서울에서는 정비사업 해제 구역을 중심으로 산발적으로 빈집이 생겨났다면, 중소도시에서는 이른바 '도시 갈아타기'로 인해 빈집이 양산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중소도시형 빈집'으로 정의한다.


인구는 감소하는데…엎친 데 덮친 격 정비사업 해제

인천의 원도심인 미추홀구도 늘어가는 빈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빈집정보플랫폼 '빈집애'에 따르면 미추홀구의 빈집은 1022가구로, 인천에서 가장 큰 비중(24.5%)을 차지한다. 이 중 주안동에만 154가구가 몰려있다.


"물려받은 집? 그 동네선 안 살아요"…젊은 사람들 다 빠져나간 도심[13만 빈집리포트]③ 인천 미추홀구 일대 주택가의 모습. 곳곳에 방치된 빈집들이 보인다. 윤동주 기자

주안동의 주민들은 빈집이 급증한 원인으로 인구 감소를 꼽았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현황에 따르면 2015년 15만6174명이었던 주안동(1~8동)의 인구는 지난해 14만4796명으로 7.3% 감소했다. 주안동에서 30년째 거주 중인 김모씨(75)는 "젊은 사람들이 인천 외곽으로 빠져나가 노인들만 남았다"며 "마을 주민들의 평균 연령대가 70~80대"라고 말했다.


"물려받은 집? 그 동네선 안 살아요"…젊은 사람들 다 빠져나간 도심[13만 빈집리포트]③

이 같은 상황에서 정비사업이 무산되며 빈집은 더욱 확산했다. 앞서 주안2동과 4동은 2008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됐으나 경기침체와 주민들 반발에 부딪혀 20개 구역(존치관리구역 4곳 포함) 중 10개 구역이 정비구역 해제 절차를 밟았다. 현재는 20곳 중 4개 구역이 재정비촉진지구에서 해제되고 10개 구역은 존치관리구역으로 남아있다.


외지인들은 투자용으로 사뒀던 집들을 임차하려 했지만 낙후된 집에 들어와 살 세입자는 없었다. 김씨는 "언덕 위 집들은 몇십 년 전 지어져 대부분 정화조가 없다"며 "아무리 싸게 내놔도 집이 워낙 낡은 데다 마을에 청년들이 줄어서 월세를 살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물려받은 집? 그 동네선 안 살아요"…젊은 사람들 다 빠져나간 도심[13만 빈집리포트]③

신도심 개발이 초래한 원도심 빈집…결합개발로 해결해야

이처럼 한국의 중소도시 대부분은 현재 인천과 같은 '복합형 빈집' 문제를 겪고 있다. 인구가 줄어들어 원도심이 쇠퇴하면 그곳에 정비사업 추진이 이뤄지다 흐지부지되고 빈집만 급증하는 수순이다.


장남종 서울시립대 공학박사는 "경북 안동시와 강원도 춘천시 등 중소도시 대다수가 동일한 메커니즘으로 빈집이 발생한다"며 "외부 인구 유입이 감소하며 도심이 황폐해지면 재개발을 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땅값이 치솟으면 사업성이 하락해 개발이 지연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물려받은 집? 그 동네선 안 살아요"…젊은 사람들 다 빠져나간 도심[13만 빈집리포트]③ 인천 미추홀구 주택가에 흉물스럽게 망가진 주택이 방치되고 있다. 윤동주 기자

전문가들은 인구 감소를 초래하는 근본 원인부터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뿌리는 외곽 개발에 있다. 도심 외곽에 과잉 개발된 신도심은 원도심의 인구와 일자리를 흡수한다.


인천의 경우 신도심과 원도심 간 인구 불균형 커지고 있다. 인천시에 따르면 원도심에 속하는 동구와 미추홀·부평·계양구는 2000년부터 22년간 인구가 감소했다. 반면 송도와 영종, 청라국제도시 등 신도심을 포함한 자치구는 큰 폭으로 인구가 늘었다. 서구는 2000년 대비 인구가 22만9232명(67.73%) 늘었으며 연수구는 12만3933명(47.53%) 증가했다. 중구는 영종국제도시가 생겨나면서 인구 7만5193명(104.51%)이 늘었다.


"물려받은 집? 그 동네선 안 살아요"…젊은 사람들 다 빠져나간 도심[13만 빈집리포트]③

올해 인천의 분양 물량도 대부분 신도심에 집중됐다. 인천의 신규 아파트는 2만2796가구로 이 중 65.7%(1만4979가구)가 신도심인 경제자유구역(중구 ·연수구 ·서구)에 공급될 전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땅값이 저렴한 택지를 사들여 신축 아파트를 대량 공급하면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다"며 "정비사업보다는 쉬운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외곽 개발이 아닌 '결합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건설사들이 신도심 개발에서 얻은 이익을 원도심에 투자해 쇠퇴한 지역을 함께 되살리는 방안이다. 이는 지방자치단체가 원도심의 쇠퇴와 빈집 확산을 막기 위해 부담해왔던 재정 부담을 나눠 가지는 일이기도 하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외곽 개발로 원도심에 병이 들기 시작하면 공동체가 낸 세금으로 치유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며 "범정부 차원에서 신도심 개발에서 얻은 이익을 원도심에 투자하도록 부담금을 거두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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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려받은 집? 그 동네선 안 살아요"…젊은 사람들 다 빠져나간 도심[13만 빈집리포트]③ 인천 미추홀구 일대 빈집들이 늘어선 골목길 모습. 한낮에도 을씨년쓰런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윤동주 기자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인구 추계를 통해 도시개발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통계청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시군 단위에서도 향후 인구 추이를 기반으로 주택 수요와 공급에 대한 시나리오를 그려야 한다"며 "무작정 집을 지어놓고 보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업 인허가 시에도 인구 추이에 기반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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