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 직장인 박 모씨는 큰 맘 먹고 차를 구매하기로 하고, 최근 한 자동차딜러를 찾았다. 박씨는 자동차 대금 중 일부는 현금으로, 나머지는 금리가 싼 은행의 오토론으로 지불하려고 했지만 딜러에게서 뜻밖의 대답을 들었다. "자동차 제조사와 연관된 캐피털사를 이용하지 않으면 물량확보가 어렵고, 출고도 까다로울 수 있다"는 답변이었다. 박 씨는 "은행 대출을 이용하려면 자동차 계약서와 출고 예정일 등이 필요한데 딜러가 알려주지 않아 은행 대출을 놓칠까봐 우려된다"며 "혹시 제조사와 연계된 캐피털만 이용하게 하려는 꼼수 아닌가"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이 같은 사례를 접수하고 자동차 할부업계와 제조사간의 '몰아주기' 실태에 대해 조사에 나섰다. 계열사의 할부금융이나 리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거나 출고 자체를 미뤄 부당하게 판매하는 일은 없는지 보겠다는 얘기다. 이미 공정거래위원회가 비슷한 조사에 나선 만큼, 금감원은 금융소비자의 관점에서 부당한 것은 없는지에 집중해 살펴볼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27일 "자동차 제조업과 연계된 각 할부금융사에 점유율 등 실태에 대해 답변할 것을 요청하고 현재 취합중"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제조업과 연계된 캐피털사의 점유율이 80~90% 수준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A자동차를 할부금융으로 구매하면 A자동차와 연계된 할부금융사에서 대출받는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는 얘기다.
금감원의 이번 조사는 지난 22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밝힌 "할부ㆍ리스업체 중 자동차 제조사와 전속 영업체제(캡티브마켓)로 운영되는 곳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나 소비자의 다양한 기회 침해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과도 맥을 같이 한다.
물론 제조업체와 연계한 금융지원이 일반적인 영업방식인 만큼 영업방식 자체가 무조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몰아주기 경쟁을 하거나, 소비자의 알 권리나 선택권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아닌지 보겠다는 의미다.
현재 캡티브 마켓을 이용해 할부금융ㆍ리스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은 현대ㆍ기아차 계열의 현대캐피탈을 비롯해 비엠더블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BMW), 알씨아이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르노삼성, 닛산), 토요타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이다.
이 같은 금감원의 지적에 대해 이들 업체들은 현재 캐피털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40% 수준이라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캐피탈에 따르면 올해 출고된 현대ㆍ기아차 차량 총액 중 현대캐피탈을 이용하는 비중은 29.9%로, 30%를 넘나드는 수준이다. 또 2008년 38%의 취급비중을 차지하던 것에 비해 2010년 38%, 2012년 33% 수준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때에 따라 제공되는 특정 차종에 대한 금리 인하 프로모션, 1금융권에 비해 대출조건이 덜 까다롭고 한도가 높은 점 등이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측은 그러나 "제조사에서 출고된 차량을 할부금융으로 구매한 고객 중에 관련 금융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중요하다"며 "판매 과정에서 불합리한 점이 없는지도 고려할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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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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