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열씨 20일 오후 4시 서대문구청장실에서 열린 결연식에서 "어려운 이웃들의 돌다리 건너는 데 작은 돌 되고 싶어" 밝혀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서대문구(구청장 문석진)의 ‘100가정 보듬기 사업’이 20일 200번째 가정 결연의 결실을 맺었다. 2011년 1월 1호, 그해 12월 100번째 가정 결연에 이은 성과다.
보통은 한 가정, 한 가정씩 결연이 이뤄지는데 이번에는 197호부터 200호까지 4가정이 한 명의 후원자와 동시에 결연을 맺어 화제가 됐다.
이번 후원의 주인공은 박동열 옹. 주민등록상으론 34년생이지만 실제 나이는 83세다.
6.25때 단신 월남한 박 옹은 미군부대와 비료공장 등에서 근무하며 자수성가를 이뤘다. 그리고 ‘이웃과 더불어 사는 서대문구’를 구현하기 위한 ‘100가정 보듬기’에 흔쾌히 동의하며 이날 후원을 약속했다.
사실 드러내기를 꺼려하지만 박 옹은 이미 2011년10월부터 3가정에 매월 33만 원씩을 후원해오고 있다. 후원금만도 이달까지 2178만원에 해당된다.
20일 서대문구청장실에서 열린 결연식에서 박 옹은 “이북에서 월남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나 따뜻하게 손 내밀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며 “과거 힘든 시절을 겪었기에 어려운 이웃들이 돌다리 건너는 데 하나의 작은 돌이 되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지자체에는 ‘100가정 보듬기 사업’ 같은 프로그램이 없는 것으로 하는데 서대문구가 자신에게 후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했다.
서대문구만의 ‘100가정 보듬기 사업’은 도움이 필요한 한부모, 조손, 청소년, 다문화, 홀몸노인 가정과 민간후원자를 맺어주는 사업으로 1회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매월 지속적으로 후원이 이뤄져 신선한 시도로 평가받는다.
박 옹은 모두 어린이와 청소년인 결연자들에게 “도움 받는 것에 부담을 갖지 말고 ‘앞으로 나도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늘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또 “자신의 신념대로 인생의 목표를 갖고 열심히 생활하면 사회가 여러분들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100가정 보듬기 결연서에는 ‘나는 결코 대중을 구원하려 하지 않습니다. 나는 한 번에 단지 한 사람만 껴안을 수 있습니다. 한 번에 한 사람씩’이라는 마더 테레사의 경구가 기록돼 있다.
‘선진국형 민간 기부문화 정착의 틀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2011년 1월 시작된 서대문구의 ‘100가정 보듬기 사업’은 박 옹 같은 후원자들 덕분에 300가정 결연을 위한 더욱 힘찬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박동열 옹은 “자신의 후원은 어렵고 힘든 사람을 돕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준비해 나가는 사람에게 그저 작은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끝까지 겸손의 미덕을 잃지 않았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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