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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9장 어둠 속의 두 그림자 (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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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9장 어둠 속의 두 그림자 (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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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운학이 언제부터 그들의 뒤를 따라왔던 것일까?
그들이 나누었던 이야기를 얼마나 엿들었던 것일까?
하림은 혹시 그가 오해를 살만한 일이 없었는가를 속으로 곰곰이 반추하여 보았다. 그가 만일 이층집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면, 작은 일에도 얼마든지 오해를 불러올 수가 있었다. 사랑이랑 놈은 이기적인데다 눈먼 소경이어서, 늘 질투와 오해를 동반하기 마련이었기 때문이다. 질투와 오해가 없는 사랑이란 없다. 아니, 질투와 오해가 사랑의 군불이다. 질투는 나의 힘이란 말도 있듯이, 사랑이란 놈은 그 군불로 지펴져야 비로소 활활 타오르는 불꽃인지도 모른다.
지금 운학의 가슴 속에도 오해와 질투에서 비롯된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을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증오와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하림을 향해,
‘나쁜 새끼!’
하고 씹어뱉듯이 차가운 말을 던졌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는 어떤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일까?
그거야 물어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뻔했다. 틀림없이 자기랑 남경희 사이에 모종의 썸씽이 있지 않겠느냐는 오해일 터였다. 그 부분이라면 하림은 얼마든지 자신의 억울한 점을 증명할 자신이 있었다.
사실 아까 그녀와 헤어질 때 달빛에 비친 그녀의 눈빛과 마주치자 잠깐 정신이 혼미했던 적은 있었다. 달빛에 젖은 여자의 얼굴만큼 요염한 것이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 아무리 못 생긴 여자라 할지라도 달빛에 젖는 순간, 여자의 얼굴은 요정처럼 변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은 눈 깜빡할 만큼의 짧은 순간에 지나지 않았다. 면도칼처럼 마음의 표피를 살짝 베고 지나간, 그래서 아무런 자국도 남기지 않았던 순간이었다. 누구도 알 수 없을 것이었고, 자기 자신조차 느낄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 뿐이었다.

그러니 그것을 가지고 누가 시비를 걸 거리는 분명 아닐 것이었다. 그것을 두고 결백 운운한다면 이 세상 모든 사람이 걸리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었다. 예수께서 가라사대, 너희들 중 죄 없는 자는 돌을 들어 저 간음한 여자를 쳐라고 했을진대, 아무도 치지 못하고 슬그머니 돌을 놓고 돌아서 갔던 것이나 다름없을 터였다.
그러니 이장이 연상의 여인인 이층집 여자, 남경희를 두고 하림 자기를 오해하고 있다면 그건 분명히 오버라고 짤라 말할 수 있을 것이었다.


사실 이장 운학의 그런 오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번에도 화실 주인인 윤여사랑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꼬치꼬치 캐묻지 않았던가. 수도 고치러 온 사내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잘 아시겠지만, 윤재영이 지금 나이 들어 그렇지 예전에는 꽤나 얼굴 값 하고 다녔다오. 그림인가 뭔가 그리지, 자기 아버지 고물상 해서 돈도 많지, 하여간 잘 나갔어요.”
그러면서 뭔가 떠보듯이,
“그래, 장선생하군 어떤 관계요?”
하고 느닷없이 물었었다.
그리고는 하림이 뭐라 대답을 잘 하지 못하고 횡설수설하자,
“나야 사실은 장선생이 누구인지, 또 윤아무개랑 어떤 관계인지 아무런 신경 쓸 일도 없지만......”
하고 짐짓 관심없다는 투로 말했었다.


글. 김영현 / 그림. 박건웅






김영현 기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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