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 98%는 하루 평균 335ℓ의 수돗물을 사용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같이 거의 모든 국민들이 안전한 수돗물을 풍부하고 저렴하게 사용하는 국가는 없다. 이에 비해서 수돗물을 직접 음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고, 오히려 생수를 사서 먹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는 수돗물이 나빠서가 아니라 국민 소득이 높아질수록 더 건강하고 좋은 물을 찾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물이 오염되면 고도 처리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실제로 현재 수(水)처리 기술로 하수를 먹는 물 수준으로 충분히 정화할 수 있다. 그에 따라 건강하고 좋은 물을 만들어 내는 자연의 역할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인위적인 기술로 가능한 것은 정수(淨水)와 취수(取水)까지이다. 사람들이 보다 더 원하는 것은 깨끗한 유역에서 생산되는 건강하고 좋은 원수(原水)이다.
건강하고 좋은 원수를 위해서는 당연히 상수원이 건강하고 좋아야 한다. 보편적 유역에서 별 무리가 없을 수준의 경작, 벌목 등과 같은 생산 작업도 상류 유역에서 행해질 때는 침식과 수질 오염 등 환경적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상류 유역을 개발하고자 하는 욕구를 적절히 관리하고, 동시에 주민들이 유역을 잘 관리해 주어야 비로소 깨끗하고 좋은 물을 얻을 수 있다. 한편 상류 유역 토지와 자연 자원에 대한 친환경적인 관리는 자정 능력 제고, 홍수 제어, 침식 제어, 물 순환 개선 등 넓은 범위의 공공 이익들도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유역 서비스'를 유지하고 권장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정책들이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유역 서비스에 대한 비용 지불이다. 우리나라에는 물이용부담금 정책이 있다. 물이용부담금은 상수원 지역의 주민 지원 사업과 수질 개선 사업의 촉진을 위해 공공 수역으로부터 취수된 원수를 직접 또는 정수하여 공급받는 최종 수요자에게 물 사용량에 비례하여 부과하는 부담금이다. 물이용부담금의 납부 금액은 수도 요금 납부 고지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물이용부담금과 같은 상류 유역 지원 정책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세계 24개 국가에서 216건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며, 2050년에는 600건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유럽연합(EU)은 2015년까지 모든 지표수가 '좋은 물' 수질 기준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회원국들에 상류 유역 지원 비용을 상수 원가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한강 수계에서 물이용부담금과 관련한 논란들이 있다. 물이용부담금을 이용한 단위 사업들 중 하나인 토지 매수에 들어가는 비용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다. 올해 한강 수계 지역의 토지 매수 비용은 1500억원이다. 그러나 이 액수는 결코 많은 것이 아니다. 한강의 경우, 지난 10년간 매입 토지 면적은 상수원 수질에 가장 민감한 영향을 끼치는 수변 구역의 5.3%에 불과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토지 매수야말로 상수원의 오염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어 건강하고 좋은 물을 얻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아직까지 매수할 필요가 있는 상류 유역 토지는 상당히 많이 남아 있다. 넓은 상수원 유역 면적에 비해 토지 매수가 미미하기 때문에 우리가 물이용부담금의 수질 개선 효과를 가시적으로 느끼기 힘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단순히 먹는 물 기준에 적합한 물을 마시기 위해서 취수-정수 등 비용을 나타내는 '블루 서비스' 비용만 지불해 왔다. 그러나 더 나아가 건강하고 좋은 물을 마시기 위해서는 상류 유역에 대한 '그린 서비스'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상류 유역의 환경 관리를 위한 물이용부담금이 이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최지용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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