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4대강 녹조의 원인과 제거를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고 있는 환경부와 국토교통부에 대해 다시 부처 간 '엇박자'를 지적하면서 공개적으로 질책했다. 박 대통령은 "내부 조율 없이 자기 부처 입장을 내세우며 반박하는 것은 정책의 신뢰성을 훼손시키는 일"이라며 부처 간 협업을 재차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부처 간 엇박자를 비판하고 협업을 강조한 것은 지난달 이후에만 세 번째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부처 간 협업을 중요시했다. 칸막이를 없애고 정책 의견을 조율하라고 누차 강조했다. 하지만 불협화음은 여전하다. 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에 발생한 녹조를 제거했던 일을 놓고 환경부와 국토부가 정반대 입장을 내놓으며 충돌한 것 역시 그런 경우다. 녹조 문제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진즉 공동의 해법을 내놨어야 하는데 서로 으르렁대고만 있다.
발단은 윤성규 환경부 장관의 '폭로'다. 윤 장관은 최근 4대강의 보 때문에 녹조 현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4대강 사업의 폐해를 숨기기 위해 MB정부가 지난해 녹조를 인위적으로 걷어 냈다고도 했다. 국토부는 녹조 제거 사실은 인정했지만 상수원 보호를 위한 수질관리 차원에서 취한 당연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4대강 사업의 폐해를 은폐하기 위한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폭염이 지속되면서 녹조는 낙동강에 이어 영산강, 대청호 등 내륙의 강과 호수로 확산되고 있다. 먹을 물을 걱정하는 국민에게 어떻게 안전한 물을 공급하느냐는 것이 화급한 과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녹조가 4대강 때문이냐 아니냐, 작년 인위적 제거는 뭐냐를 놓고 다툴 때가 아니다. 두 부처가 함께 지혜를 짜내 주민들의 먹을 물 걱정을 덜어 주는 게 먼저다.
박 대통령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강구하라"고 하자 두 부처는 공동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나선 뒤에야 뒤늦게 부산을 떠는 꼴이다. 비단 이번뿐 아니다. 몇 년을 끌어오던 공항 입국장 면세점 설치, 몇 달을 줄다리기하던 주택 취득세 인하 등을 둘러싼 부처 간 이해 충돌이 대통령의 지적이 나온 후에야 결론이 났다. 대통령이 지시하면 허겁지겁 움직이고 말이 없으면 부처 이익이나 챙기는 식은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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